기사최종편집일 2025-03-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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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영화가 만들어낸 불편한 진실 '도가니' (황하민 감독의 톡톡)

기사입력 2011.10.20 11:39 / 기사수정 2011.10.20 11:40

황하민 기자
[E매거진] 망각…빛을 경험한 순간부터 이 순간까지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할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아픔들에 사로잡혀 매 순간이 고통의 시간일 것이다.
 
지난 한 달, 오랜 시간 힘겹게 짊어져야 했던 그들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눴던 '도가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다. 기억과 망각의 아이러니, 아픔과 고통의 불편한 진실이 다시 어둠 속에 묻혀 잊히진 않을까…


'도가니'의 사회적 파장은 국회를 움직일 만큼 컸다.

가해자를 알 수 없는 옛 사건들을 주로 다뤘던 지난 영화들과는 달리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끝나지 않은 실화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 속 흔들리는 강인호(공유)를 통해 우리의 모습, 현실 속 강인호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실화가 아닌 영화가 만들어낸 불편함이다. 순수 영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속에서 감독과 배우의 고군분투를 느낄 수 있다. 연민과 지나침 사이에서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 과정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감독은 사건의 표현 수위와 이를 재현을 해야 하는 아역 배우 사이를 두고 마냥 착하게 타협할 수 없는 실제 사건의 무게가 있기에 냉정해야만 했을 것이고 이를 연기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더욱 냉철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스크린 위에서 빛을 발한다.


 

배우들의 기본적인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만 현장에서 이들의 연기를 끌어내고 극대화시키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다.

어른들에게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감정들을 대신 쏟아내야 할 아역 배우들에게 연기를 끌어낸다는 것은 성인이 아니기에 더욱 어렵다. 그러나 아이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아픔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고통을 잘 견뎌내고 연기한 아역배우들을 격려해주고 싶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도가니'는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까? 그들은 소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다.

사운드를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와 상황에 대한 이해는 있을 수 없다.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감동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들에게는 무한함이라는 자유로운 청각에 세계가 있다.

어쩌면 이를 통해 우리는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감동 또는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가니' 속 소리 없는 아우성, 우리는 들을 수 없지만 그들은 들을 수 있다.

지난 대종상 시상식장, 장애우들을 위한 한국영화 한글자막 의무화 시위가 있었다. 이 또한 '도가니'가 상기시켜준 우리는 생각지 못한 알려고 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글] 황하민 (영화 감독)



 



황하민 칼럼니스트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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