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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줄어든 기업 후원 이끌어내겠다"…체육인 위한 '영업사원' 선언 [설날 인터뷰]

기사입력 2025.01.29 07:44 / 기사수정 2025.01.29 07:53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방이동, 김현기·최원영 기자) 당선만으로도 대한민국 체육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깜짝 당선을 이뤄낸 유승민 당선자 이야기다. 체육계 행정 난맥상, 정부와의 갈등, 엘리트 체육의 급락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던 대한민국 체육이 모처럼 긍정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유 당선자는 2004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의 천재' 왕하오를 누르고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12년 뒤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으로 쾌거를 일궈냈다.

이어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3선을 노리던 이기흥 전 회장을 누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기적을 3차례나 쓴 것이다. 이제는 '기적'이 아닌 '실력'이라 평가할 만하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후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유 당선자는 "노하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내 모든 것을 다 내놓고, 다 걸고 도전한다"며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임하기 때문에 그런 정성이 통하는 것 같다"고 '3번의 기적'을 이룬 비결을 설명했다.

유 당선자의 임기는 다음 달 28일부터 시작되지만 벌써 곳곳의 환영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부터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까지, 엘리트 체육인들부터 생활체육 현장까지 대부분이 유 당선자를 반기는 성명서 혹은 목소리를 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유 당선자를 만난 뒤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통 큰 약속을 했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적이 없다"는 호평을 듣는 유 당선자의 리더십이 당선 순간부터 위력을 떨치고 있다. 유 당선자는 "사실 그런 목소리가 부담도 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 아닌가"라며 "다만 그런 부담감을 선수 시절부터 수없이 받았고 이겨냈다.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 소리를 듣고 살지 않았나.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체육인들을 위한 샐러리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은 물론 엘리트 체육을 위한 기업 후원이 없어 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유 당선자가 올림픽 메달을 땄을 때와 지금의 현장 분위기 차이를 묻자 그는 "기업 후원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더 활발해지려면 관련 규정을 파악한 후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기업들에 동기부여 요인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그 후원금을 현장에 잘 써야 한다"며 기업 후원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스스로 '한국 체육의 세일즈맨'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유 당선자는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지낸 5년 동안 10여개 이상 기업들로부터 총 100억원 이상의 후원 계약을 이끌어냈다. 한국 탁구 부활의 토대를 닦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한체육회장으로서도 실력 발휘를 톡톡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체육회장은 다양한 체육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표해서 내야 하는, '대변하는 사람'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뒤로 숨지 않겠다. 앞으로 나서서 체육계를 위해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다음은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당선 후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스포츠 현장을 다니기도 했는데, 어떻게 지냈나.

▲아직 공식 인준을 받기 전이라 요란스럽게 다니진 않았다. 체육 행사나 현장을 방문해 조용히 인사드렸다.

-어떤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옛날부터 교육받은 것이 있다. 잘 됐다고 변해선 안 된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짜 열심히 해라'라는 격려를 많이 들었다. 한국 체육이 그만큼 많이 침체해 있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분위기를 살려달라'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마침내 '3번의 기적'을 이뤄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세계 최강이던 중국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2016년에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낙선 전망을 깨고 당선을 이뤄냈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대이변을 선보였다. 비결이 무엇인가.

▲노하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내 모든 것을 다 내놓고, 다 걸고 한다.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이것 아니면 안 된다', '이번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임한다. 그게 통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든 목표들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문체부, 체육회 노조 등 대부분이 당선을 반기고 환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예상했나.

▲부담이 더 많이 된다. 기대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선수 시절이 그런 부담감을 이겨낸 시기였다. 어릴 땐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압박감을 이겨냈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에는 금메달리스트로서 부담감을 항상 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해오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마지막 한 끗 차이고, 실패라고 볼 수도 없다. 과정을 겪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것도 그런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동기인 '셔틀콕 복식의 전설'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당선됐다.

▲통화했다. 서로 잘 협력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으로는 (김동문 회장의 당선이) 현장형 리더가 더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선수 출신이 아니면 현장형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도 선수 출신으로서 경험했던 부분을 더 세세하게 행정에 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문 협회장,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유 당선인 등 2004년 아테네 세대가 한국 스포츠 행정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듯하다.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하지 않을까. 말로만 '선수 출신, '지도자 출신'이라고 하지 말고 행정력으로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꾸준히 이런 분야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체육에는 따끔한 개혁도 필요하고, 반대로 격려와 사기충천이 필요하기도 하다.

▲변화를 준다고 해서 격려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혁으로 싹을 자른다기보다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분위기 개혁'이다. 각 구성원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체육회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자세히 파악하기 전이지만 구성원들 모두 훌륭하다고 본다. 직원들이 결속할 수 있게끔 잘 살펴보겠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된 두 가지가 있다. 체육회장의 연임 문제와 스포츠공정위원회다. 그 두 가지 부분은 확실히 손보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개혁이 시작될 것이다. 그 외에 문체부와는 이미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체육회 노조도 마찬가지다.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도 급선무다.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부서별로 소통하고, 직원들 전체 회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직원들도 내가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해야 한다. 내부가 흔들리지 않고 탄탄해야 한다.

왼쪽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왼쪽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스포츠공정위와 관련해 체육회가 손을 떼고 범 체육계로 구성된 공정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를 체육회 밖으로 빼는 것은 우리의 기능을 남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IOC의 경우에도 윤리위원회가 있는데, 투표를 통해 위원들을 독립적으로 뽑는다. 마찬가지로 스포츠공정위도 임명이 아닌 투표를 통해 위원을 선출하고 외부 인사를 포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정위가 질타받고 있다고 해서 그 기능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고 내보내면 그건 올바른 개혁이 아니다. 임시방편이고, '나 몰라라' 하는 것뿐이다. 명확하게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게끔 공정위를 꾸리면 된다. 그게 맞는 시스템이다.

-엘리트 체육이 위기를 겪고 있다.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성적이 좋고 가능성이 큰 종목들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반대로 소외된 종목들은 더 골고루 발굴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종목 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과거에는 몇몇 강세 종목만 있었지만 지금은 체조, 육상,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고루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더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

당장의 메달에 만족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들이 나올 수 있게끔 투자해야 한다. 메달이 조금 줄더라도 각 종목에서 출전 선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계속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각 종목에만 맡길 순 없다. 체육회와 각 종목이 같이 협의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체육회의 예산은 늘었음에도 기업의 후원은 점점 줄고 있다. 그것도 중요한 하나의 요소다. 기업의 후원이 더 활발해지려면 관련 규정을 파악한 후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기업들에 동기부여 요인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그 후원금을 현장에 잘 써야 한다.

-요즘엔 지도자를 하려는 체육인들이 많지 않다. 한국 체육의 위기는 지도자들의 위기라고도 한다.

▲지도자들이 너무 힘들다. 사명감 하나 갖고 임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학교 체육, 생활 체육 지도자들은 연봉이 얼마 되지 않는다. 법제화를 통해 기본급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 지도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모든 걸 한 번에 할 순 없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면 될 것이다. 생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지도자들이 불안해하면 영향을 받는 선수들도 즐겁게 운동할 수 없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방이동, 박지영 기자


-최저학력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해왔다.

▲최저학력제, 합숙 금지 등의 규정을 싹 다 바꿔야 한다. 원상복구 해야 한다. 현장에선 나와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들이 운동하고 싶다고, 꿈을 키우고 싶다고 하는데 그걸 가로막아선 안 된다. 현 상황에선 2~3시간밖에 운동하지 못한다.

수업을 듣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들은 그 특성에 맞게끔 전문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1%만 국가대표가 되고 5%만 성공하며 나머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런 통계가 대체 어디 있나. 그렇게 편견을 갖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다. 왜 운동선수들에게만 규제를 두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전문화 시대고, 다양한 직군의 전문성이 인정받는 시대다. 체육회장 임기가 시작되면 바로 교육부와 교육청을 찾아가 합리적으로 설득하겠다.

-임기 중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2028 LA 하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바라는 모습이 있을까.

▲선수들이 지금처럼 잘 해줬으면 좋겠다. 당연히 성적도 중요하다. 각 선수의 목표는 성적을 내는 것이다.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다만 요즘 선수들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쿨하게 그 과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멋있는 모습이다. 그런 부분들이 계속해서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와 별개로 출전선수가 다양한 종목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 각 종목의 균형이 맞춰졌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스스로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젊은 체육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4년간 어떤 체육회장이 되고 싶나.

▲'대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뒤로 숨지 않고, 앞으로 나설 수 있는 회장이 되고자 한다. 잘나서 나서는 게 아니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다양한 체육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표해서 내야 하는 위치다. 내가 어떠한 이유 때문에 뒤로 숨으면 이들은 누굴 믿고 따라오겠나.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각오만큼은 분명히 지키겠다.


사진=방이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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