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압두코디르 후사노프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른지 단 3분 만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꼈다.
잘못된 패스로 선제 실점의 빌미를 내준 후사노프는 맨체스터 시티가 실점을 허용한 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후사노프를 감쌌지만 후반 9분 만에 후사노프 대신 존 스톤스를 투입했다는 점에서 후사노프의 실책이 치명적이었다고 판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체스터 시티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확보한 맨체스터 시티(승점 41)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 기록에서 앞서면서 첼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밀어내고 리그 4위로 올라섰다. 반면 승점을 얻지 못한 첼시는 리그 6위로 밀려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과 약간 멀어졌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의 사령탑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소 과감할 수도 있는 선발 명단을 꺼냈다. 최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한 두 신입생 후사노프와 오마르 마르무시를 선발로 내보낸 것이다.
센터백 후사노프는 맨체스터 시티에서만 120경기 이상 소화한 마누엘 아칸지를 비롯해 요슈코 그바르디올, 마테우스 누네스와 함께 백4를 구축했다. 마르무시는 주포 엘링 홀란, 지난 시즌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던 필 포든 옆에서 공격을 도왔다.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뛸 때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마르무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다 후반 29분경 박수를 받으면서 교체되어 나갔지만, 마르무시와 같이 데뷔전을 치른 후사노프에게 첼시전은 그야말로 악몽 같은 경기였다.
후사노프가 전반 3분 만에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후사노프는 상대 수비진영에서 날아온 공을 처리하기 위해 첼시의 최전방 공격수 니콜라 잭슨과 경합을 벌였는데, 공중에서 잭슨을 밀어내고 공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후사노프는 이를 최후방에 있는 에데르송 골키퍼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의도와 달리 힘이 실리지 않아 패스가 짧았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9골 5도움을 기록하면서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는 잭슨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잭슨은 후사노프의 패스를 낚아채 뒤따라 들어오던 노니 마두에케에게 내줬고, 마두에케가 이를 마무리하면서 전반 3분 만에 첼시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데뷔전을 시작하고 3분 만에 수비수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를 범한 후사노프는 크게 낙심했다. 후사노프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2004년생,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20세에 불과한 경험 적은 후사노프는 외부에서 봐도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1분 뒤에도 패스 실수를 했다가 상대 공격수 콜 파머가 볼을 잡고 드리블하자 과격한 태클을 걸었고 경고를 받았다.
다행히 후사노프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찾았다. 분위기를 추스른 맨체스터 시티도 반격에 나섰고, 전반전 막바지 그바르디올의 골로 동점을 만든 뒤 후반전 홀란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막판에는 포든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왔다.
다만 후사노프는 후반전 초반이었던 후반 9분 존 스톤스와 교체되어 자신의 데뷔전을 마무리한 탓에 맨체스터 시티가 역전승을 거두는 걸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데뷔전이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선수라는 점에서 후사노프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후사노프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악몽 같았다"면서 "선제골을 허용한 그의 실수는 끔찍했다. 후사노프는 경기 내내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레드냅은 "후사노프의 선발 기용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수로 데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후사노프는 이제 막 영국에 도착했고, 팀은 수비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후사노프를 데뷔시킨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사노프의 데뷔전에 대해 "후사노프는 영어를 하지 못해 동료들과 소통하지 못했지만 괜찮을 것"이라면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또 "동료들이 그를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 후사노프는 앞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사노프가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하고 5일 만에 데뷔전을 치르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스톤스가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훈련을 1~2회밖에 참여하지 못해서 그를 선발로 출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사노프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다가오는 클럽 브뤼헤(벨기에)와의 경기에서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후사노프가 첼시전의 실수를 만회하려면 리그 경기밖에 방법이 없는데, 공교롭게도 맨체스터 시티의 다음 리그 상대는 첼시처럼 프리미어리그 내 강팀으로 꼽히는 아스널이다.
후사노프의 실수를 감쌌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아스널전에서 후사노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인지 궁금하다. 맨체스터 시티가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후사노프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사진=맨체스터 시티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