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됐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 황희찬이 자신의 29번째 생일을 우울하게 보냈다.
벤치에 앉아 있다가 교체투입돼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물러났다. 지역지에선 그런 황희찬을 두고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울버햄튼은 26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아스널과 홈 경기에서 후반 29분 상대 수비수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에게 결승포를 얻어맞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울버햄튼은 이날 패배로 어느 덧 리그 4연패를 통했다. 울버햄튼은 이번 시즌 내내 성적부진에 시달리다가 영국 출신 개리 오닐 감독을 해임하고,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영입해 2연승을 달렸다.
강등권에서도 탈출하며 대반전을 이루는가 싶었으나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 2-2 무승부 뒤 새해 들어 내리 4경기를 연속으로 졌다.
이날 경기 역시 상대가 우승후보 중 하나인 아스널도 강팀이라고는 하지만 전반 43분 원정팀 수비수 마일스 루이스스켈리가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세에 놓였기 때문에 충분히 다퉈볼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홈팀 역시 후반 25분 주앙 고메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이어가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울버햄튼은 4승 4무 15패(승점 16)를 기록, 20개 팀 중 17위에 머물렀다. 아스널은 13승 8무 2패(승점 47)로 2위 자리를 지켰다.
황희찬 입장에서도 우울한 하루가 됐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29번째 생일을 맞은 황희찬은 최근 부진에 따라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으나 노르웨이 출신으로 지난해 여름 영입된 장신 공격수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이 다치면서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32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해 말 2경기 연속골로 분위기를 타는 듯 했으나 새해 들어 다시 축소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경기 종료 때까지 58분 동안 전방을 부지런히 누빈 황희찬은 날카로운 슈팅과 패스도 보여줬지만,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후반 14분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시도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황희찬 입장에서도 수적 우세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법 하다.
이날 승부는 두 팀 모두 한 명씩 퇴장당한 뒤인 후반 29분 갈렸다.
아스널의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올린 크로스를 울버햄튼 넬송 세메두가 머리로 걷어냈으나 골 지역 왼쪽으로 흘러나온 공을 공격 가담한 칼라피오리가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경기 직후 황희찬은 지역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앞서 최근 열린 FA컵 직후에도 경기력 부진을 질타받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언론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다.
울버햄튼 지역 언론인 몰리뉴 뉴스는 아스널전 직후 "황희찬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경기를 계속 뛰고 있다. 팬들이 내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굉장히 크다"라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울버햄튼 팬들은 온라인 상에서 아스널전 터치를 두고 "황희찬은 도대체 어디로 뛰는 거냐. 황희찬 너무 못한다", "황희찬은 정말 형편없다. 라르센이 부상 당하기 전까지 잘 한 것은 아니지만, 황희찬의 경기 감각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황희찬은 내가 본 최악의 선수다"라는 식의 선을 크게 넘는 비판을 했다.
황희찬은 2023-2024시즌 개막 직전 훌렌 로페테기 전 감독이 구단의 연이은 핵심 선수 매각에 항의해 사임한 뒤 오닐 감독이 감자기 부임, 뒤숭숭한 울버햄튼의 한 줄기 빛이었다. 전반기 골폭풍을 쏟아내며 결국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2골을 몰아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 울버햄튼이 장신 공격수 라르센 위주로 전술을 바꾸면서 직격탄을 맞아 시즌 초반부터 벤치로 밀렸다. 오닐 감독은 지난시즌 효과를 봤던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중심의 역동적인 공격 전술을 계속 이어가는 게 효과적이었는데 느닷 없이 장신 공격수를 데려와 선 굵은 플레이로 변신을 한 것이다. 이는 완전히 실패했고 오닐 감독도 역시 시즌 반환점을 돌지 못한 채 경질됐다.
이후 황희찬이 새 감독 아래서 서서히 감각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부침이 계속되는 상황 맞고 있는데 울버햄튼 팬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황희찬에게 막말을 하는 상황이다.
비록 쓴소리를 들었지만 황희찬은 당분간 출전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라르센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울버햄튼 잔류 청부사로 해피엔딩을 써내려갈지 향후 활약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