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가 주목한 데뷔전을 망치고 말았다.
전반 3분 만에 치명적 실수로 선제골 빌미를 제공했고, 경고까지 받았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압두코디르 후사노프의 성적표다.
수비수 후사노프는 이번 1월 겨울이적시장에서 역시 맨시티로 이적한 이집트 공격수 오마르 마르무시와 함께 가장 화제를 뿌렸다.
2004년생으로 올해 21살인 그는 2023년 여름 프랑스 랑스에 둥지를 튼 뒤 1년 6개월 만에 맨시티에 입성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그를 벨라루스 구단에서 1억5000만원에 데려온 랑스는 600억원에 되팔아 4만%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챙겼다. 후사노프가 이적한 뒤 맨시티 SNS 등엔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인들의 댓글이 넘쳐나고 우즈베키스탄 국기 이모티콘이 홍수를 이룬다.
그런 기대 속에 입단 5일 만에 열린 강호 첼시전에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을 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경기장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맨시티가 전반 3분 만에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특히 이날 선발 명단에 들어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후사노프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더욱 주목받았다. 첼시가 후방에서 길게 전개한 공격 때 상대 공격수 니콜라 잭슨과 볼경합하던 후사노프가 헤더 백패스로 골키퍼 에데르송에 전달한다는 것이 볼이 짧아 상대에 일대일 찬스를 내준 것이다.
잭슨은 마침 옆에 달려들던 노니 마두에케에 밀어줬고 마두에케가 해결하면서 첼시가 선제골을 얻었다.
후사노프가 실점의 90% 이상을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점 뒤 후사노프의 얼굴은 흙빛이 됐다.
그의 부진은 거기서 끝나지 않있다. 실점 1분 뒤엔 위험지역에서 패스미스를 범해 첼시 간판 공격수 콜 파머가 가로챈 뒤 문전으로 쇄도하려고 하다 거친 태클을 걸었다. 파머가 데굴데굴 굴렀고 후사노프를 바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사노프는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어 어쩔 줄 모르는 소년 같았다.
4분 만에 수비수로서 하지 말아야 될 것으로 모두 하는 등 그야말로 힘든 데뷔전이 됐다"고 했다.
다행히 맨시티 공격수들이 첼시 문전을 휘저으면서 골을 펑펑 터트려 후사노프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후사노프는 후반 9분 기존 주전 수비수 존 스톤스와 교대해 그라운드를 떠났다. 스톤스는 부상에서 막 돌아온 터라 선발로 출전할 상황은 아니었다.
맨시티는 전반 42분 골 넣는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리 동점포를 넣더니 후반 23분 간판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 후반 42분 축구종가 최고의 공격수로 올라선 필 포든이 각각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어 3-1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맨시티 입장에선 짜릿한 역전승으로 첼시전이 남게 됐다. 오직 후사노프만 웃을 수 없게 됐다. 후사노프는 이날 눈물을 흘리는 등 혹독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사노프를 감싸 안았다.
다만 후사노프의 문제가 뭐인지를 꼬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첼시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후사노프가 영어도 프랑스어도 못 한다"며 수비수들에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댜.
첼시전 후에도 그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사노프가 영어를 하지 못해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며 "괜찮을 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감쌌다.
이어 "팀 동료들이 그를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앞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아질 것이다"라면서 이제 갓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21세 수비수의 첫 시작을 응원했다.
맨유 레전드로, 발렌시아 감독 등을 거쳐 지금은 방송 해설가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개리 네빌은 "초반 3분간 너무나 안쓰러워서 '과연 몇 분이나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힘든 출발이었다. 하지만 후사노프는 여전히 젊고, 성장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맨시티는 지난 21일 "후사노프와 2029년 여름까지 4년 6개월 계약을 했다. 등번호는 45번"이라며 "후사노프는 20살임에도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중앙 수비수로 A매치 18경기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사노프는 맨시티로 이적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2004년 2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후사노프는 분요드코르 유소년팀에서 성장해 2022년 벨라루스의 에네르게틱-BGU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이듬해 7월 프랑스 리그1 RC 랑스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후사노프는 아버지도 축구 선수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마침 우즈베키스탄 축구계가 투자를 많이 하면서 2023년 U-20 월드컵, 지난해 하계올림픽에 연달아 아시아 대표로 출전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후사노프도 그런 상승세를 타면서 맨시티 입성이라는 대박을 쳤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첫 경기 실수에 대해 다들 괜찮다며 격려를 했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냉정하다.
당장 스톤스가 첼시전 후반에 들어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역전승에 공헌했기 때문에 당분간 맨시티 주전 백4는 왼쪽부터 그바르디올, 마누엘 아칸지, 스톤스, 마테우스 누네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맨시티는 30일 클럽 브뤼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벌이는데 후사노프는 아직 등록되질 않아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어 2월3일 열리는 아스널전 출전 여부가 관건인데 아스널이 우승 후보인 만큼 후사노프는 벤치로 내려갈 수도 있다. 영국 언론에선 2월8일 하부리그 레이튼 오리엔트와의 FA컵에서 후사노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