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음바페, 이 클럽은 네 장난감이 아니야."
음바페를 향한 팬들의 분노의 메시지가 경기장에 등장했다. 그런데 선수 음바페가 아닌 구단주 음바페를 저격하는 목소리였다.
킬리안 음바페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최고의 인기 축구스타다. 하지만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스타드 말라브 캉(이하 캉) 구단 팬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모양이다.
음바페는 지난 해 7월 프랑스 2부리그에 있던 캉 구단 지분의 80%를 사들이면서 유럽 축구계 최연소 구단주 중 한 명이 됐다.
프랑스 언론 'GFFN'에 따르면 음바페는 구단주가 되기 위해 1500만 유로(약 21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언론은 "음바페는 적절한 수준으로만 구단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과도하게 팀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간섭이라도 하면 다행인 수준이 됐다. 팀을 방치한다는 원성을 듣고 있어서다.
사건은 지난 3일 캉과 클레르몽의 2부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캉 홈 경기장 미셸 도르나노 스타디움에서 일어났다.
이 날 관중석엔 "열심히 일하고 충성심을 보여야만 이 클럽의 레전드가 될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전에 지역 사람들을 존중하라"와 같은 문구가 적힌 걸개가 걸렸다. 이 중 가장 크게 적힌 문구는 바로 "음바페, SMC(캉)는 너의 장난감이 아니다"였다.
구단주 음바페를 향한 팬들의 분노가 느껴지는 직접적인 메시지였다.
캉은 작년 7월 구단주 음바페의 등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과거 음바페가 선수로서 구단과 계약 직전까지 갔던 인연이 있고, 현재 그의 뛰어난 축구 역량과 그의 막대한 연봉이 클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 1부 '리그앙'과 2부 리그 '리그2'를 오가며 안정적인 성적을 내지 못한 캉 팬들 입장에서 음바페의 투자가 클럽의 재정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리그앙 복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팬들의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음바페의 구단 인수 이후 캉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음바페는 구단 인수 후 어떠한 공식석상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운 구단 회장으로 선임된 지아드 하무드 혁시 음바페가 구단주가 된 7월에서 2달이나 지난 9월 말에야 첫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현재 클럽은 재정적으로 적자 상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구단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시즌 시작 후 리그 초반 캉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구단의 레전드 선수이면서 감독으로 팀을 이끌던 니콜라 쇠브 감독을 해임해 팬들의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당시 구단은 클럽 레전드인 감독을 구단 홈페이지에 단 5문장의 성명문과 함께 해임한다는 소식을 전해 팬들의 엄청난 비판을 이끌었다.
설상가상 이번 시즌 캉의 성적 또한 초라하다. 캉은 현재 리그2 20경기 중 단 4승(3무 13패)밖에 하지 못했다. 승점 15로 강등권과 가까운 17위에 올라있다. 심지어 최근 리그 5경기 모두 패했다.
하지만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는 여론 또한 존재한다. 최근 새로운 클럽의 새로운 이사와 스카우트 책임자가 임명되고 새로운 기술 디렉터도 선임됐다.
캉의 팬 블로그 운영자는 "새 구단주 음바페가 다음 시즌에 팀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음바페를 향한 기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하지만 이번 시즌 강등된다면 아무 의미 없다"면서 당장 현재의 성적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킬리안 음바페의 SMC 인수 소식은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로써는 실망과 혼란 속에서 그 방향을 잃은 모양이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스페인 생활에 적응하기에도 벅차 보이는 현재 음바페는 과연 자신이 소유한 자국 구단을 강등권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 경영자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