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3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지만, 리그 역사에서 손흥민과 같은 선수는 없었다.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운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손흥민이 유일하다. 이 기록은 손흥민이 지난 24일(한국시간) TSG호펜하임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면서 만들어진 기록이다.
손흥민은 24일 독일 진스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호펜하임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뽑아내며 토트넘 홋스퍼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22분과 후반 32분 각각 득점을 터트려 토트넘의 세 골 중 두 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의 활약 속에 승점 3점을 낚은 토트넘은 4승2무1패로 승점 14점을 마크, 전체 순위 6위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부터 개편된 유로파리그 진행 방식을 기준으로 토트넘은 현재 순위를 유지할 경우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16분경 호펜하임 수비수 스탠리 은소키를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더니, 이내 추가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시즌 9호골을 기록했다.
전반 22분 호펜하임 선수들끼리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소유권이 불분명해진 공을 매디슨이 낚아채면서 토트넘의 역습이 시작됐다. 매디슨은 공을 뒤로 살짝 빼면서 상대 수비수들의 역동작을 유도한 뒤 반대편에서 공간으로 쇄도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깊게 찔렀다.
매디슨의 패스는 은소키의 발에 맞고 굴절됐으나 손흥민에게 전달됐고, 손흥민이 문전에서 시도한 슈팅은 호펜하임의 풀백 파벨 카데라벡에게 맞고 호펜하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3개월여 만에 터진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AS로마(이탈리아)를 홈으로 불러들인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터트리고 약 3개월 만에 유로파리그에서 골맛을 봤다. 로마전과 달리 이번 득점은 필드골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전반 22분 손흥민의 추가골은 예열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전반 32분 다시 한번 득점을 터트리며 자신의 시즌 10호골을 달성, 2016-17시즌부터 시작된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 범위를 9시즌으로 늘렸다.
이번에는 후반 11분경 히샬리송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온 토트넘 유스 출신 유망주 마이키 무어가 손흥민의 골을 도왔다.
호펜하임 수비진에서 넘어온 패스가 중원에서 잘렸고, 이를 무어가 이어받아 상대 수비수를 끌어낸 뒤 왼쪽 측면에서 공격에 가담하던 손흥민에게 공을 넘겼다. 손흥민은 호펜하임의 센터백 케빈 악포구마가 자신을 견제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공을 몰고간 후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호펜하임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던 시절부터 손흥민의 무서움을 알았던 호펜하임 팬들은 손흥민의 두 번째 득점이 터진 후 흥분해 손흥민에게 야유를 퍼부었는데, 손흥민도 물러서지 않고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는 '쉿 세리머니'를 펼치며 응수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자신의 역할을 모두 다 했다고 판단, 다음 경기인 레스터 시티전을 대비하기 위해 후반 34분 손흥민을 윌 랭크셔와 교체하며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경기가 끝난 직후 손흥민의 기록을 조명했는데, 손흥민은 호펜하임전에 터트린 두 번째 득점으로 시즌 10호골을 달성하며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중 유일하게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보유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입단 첫 시즌이었던 2015-16시즌을 제외하고 토트넘에서 뛴 모든 시즌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손흥민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건 손흥민이 21골 7도움을 기록했던 2016-17시즌이었다. 2017-18시즌 18골 11도움, 2018-19시즌 20골 9도움, 2020-21시즌 21골 15도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손흥민은 2021-22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3골을 뽑아낸 것을 비롯해 총 24골 8도움을 기록,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득점왕의 몰락'이라는 비판을 들었으나 사실은 스포츠탈장을 안고 뛰었던 2022-23시즌조차 14골 6도움으로 프리미어리그 내 웬만한 윙어들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냈고, 탈장 수술을 받은 뒤 돌아온 지난 시즌에는 17골 10도움을 올려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물론 자신의 커리어 세 번째 10-10까지 달성했다.
부진에 빠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번 시즌에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6골 6도움을 기록했고, UEFA 유로파리그와 카라바오컵(리그컵) 등 각종 컵 대회에서 2골을 추가로 만들어내며 총 8골 6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여기에 호펜하임전 멀티골이 더해져 시즌 10골 6도움, 또다시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에 대해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손흥민은 선수이자 사람으로서 뛰어나다"면서 "팀 내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손흥민은 지난 몇 달 동안 힘든 시간을 버텨야 했다"며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이어 "나는 손흥민에게 죽도록 뛰라는 요구를 한다. 손흥민은 공격수로서 언제나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지만, 손흥민은 한 번도 도전을 피한 적이 없다"며 손흥민이 자신의 요구사항까지 모두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