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영입으로 꼽아도 이상하지 않은 안토니가 마침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다.
다만 팀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안토니는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베티스로 임대돼 남은 시즌을 베티스에서 뛸 예정이다. 안토니의 활약에 따라 베티스 생활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이는 두고 볼 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거액을 투자해 안토니를 영입하고도 그에 맞는 결과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안토니를 내보내게 됐다는 것은 확실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서 활동하는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24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토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레알 베티스에 합류하기 위해 세비야로 떠난다. 서류가 승인된 뒤 그린 라이트가 켜졌다"며 "안토니는 바이백 조항 없이 6월까지 임대되며, 급여는 두 팀이 나눠서 주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로마노에 따르면 안토니의 급여를 조금 더 많이 감당하는 쪽은 안토니를 임대 영입하는 베티스다. 베티스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안토니의 급여 중 보너스를 포함해 최소 84% 이상을 지불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로마노는 이어 25일 "안토니는 오늘 밤 스페인에 도착했고, 레알 베티스의 새로운 선수가 되기 위해 내일 아침 세비야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임대된 안토니에게는 그가 베티스에서 일정 경기 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페널티가 부여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로마노의 보도가 나온 시기와 비슷하게 스페인 팬들 사이에서는 공항에 도착한 안토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토니의 레알 베티스 이적설은 지난 19일 급물살을 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알 베티스와의 협상을 통해 안토니가 시즌 후반기를 스페인에서 보낼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베티스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측면 공격수 안토니를 임대로 영입할 예정이다. 레알 베티스는 다른 구단들과의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중"이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22년 8월 안토니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인 8130만 파운드(약 1453억원)를 지불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 역시 "안토니는 임대 계약을 통해 레알 베티스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것"이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상 두 번째로 몸값이 높은 안토니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안토니는 2023년 4월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존재감을 잃은 안토니는 레알 베티스의 타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22년 여름 은사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안토니는 언론들의 설명대로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가 지금까지 내보낸 선수들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선수이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약스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한 만큼 안토니를 향한 기대치도 상당했다.
그러나 안토니의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왜소한 안토니의 신체조건으로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살아남기 어려웠고, 아약스 시절 장점으로 언급되던 드리블이나 킥 능력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부족한 모습이었다.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것을 제외하면 안토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 앞에서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안토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내는 자신의 두 번째 시즌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안토니의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안토니 영입 건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텐 하흐 감독도 결국 안토니를 기용하지 않았다. 안토니는 종종 교체로 투입됐으나 전술적 교체보다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용 교체에 가까웠다.
텐 하흐 감독까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안토니는 기댈 곳조차 사라졌다. 당시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안토니는 텐 하흐 감독과 아약스에서 함께 했던 이력이 있어서 팀의 원동력이 될 거라고 기대됐으나 예상과 달리 완전 재앙이었다"라며 텐 하흐 감독의 경질 이유 중 하나로 안토니를 꼽기도 했다.
새롭게 부임한 후벵 아모림 감독은 안토니를 3-4-3 포메이션의 측면에 배치하는 등 안토니를 기용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드 디알로와 디오구 달로,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듯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아예 자리를 잃은 안토니는 임대를 통해 기회를 찾기로 결심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스의 명문 올림피아코스도 안토니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티스가 안토니 임대 영입 경쟁에서 앞선 끝에 결국 안토니를 품었다.
베티스는 이번 시즌 리그 20경기에서 6승 7무 7패를 거두며 현재 라리가 리그 테이블 12위에 위치해 있다. 바르셀로나 출신 베테랑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 김민재의 후임으로 나폴리에 영입됐던 브라질 센터백 나탕,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지오바니 로 셀소, 레알 마드리드 시절 스페인의 천재로 불리며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던 이스코 등이 레알 베티스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파브리치오 로마노 / 연합뉴스 /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