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맨체스터 시티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프리미어리그(EPL)에 이름을 남긴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 카일 워커가 이탈리아 전통의 명가 AC밀란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시즌 말까지 임대생 신분으로 밀란에 합류하게 된 워커의 계약 조건에는 밀란의 선택에 따라 발동되는 완전 영입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밀란이 워커의 활약에 만족해 이 옵션을 발동할 경우 워커는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밀란으로 완전 이적하게 된다.
밀란은 2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밀란은 완전 영입 옵션이 포함된 임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선수 카일 앤드류 워커를 영입하게 됐다는 소식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워커를 임대 영입했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구단은 또 1990년생인 워커가 셰필드 유나이티드 유스를 거쳐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해 2010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17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뒤 319경기에 출전해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와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해 총 17개의 트로피를 커리어에 추가한 '우승 청부사'라고 설명했다.
구단에 따르면 워커는 밀란에서 임대로 뛰는 기간 동안 등번호 32번을 착용할 예정이다. 맨체스터 시티 시절 워커의 등번호는 2번이었지만, 현재 밀란의 주장 다비데 칼라브리아가 2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워커가 다른 등번호를 선택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93경기에 출전하는 등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풀백이었던 워커는 밀란의 설명대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거쳐 토트넘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어린 시절에는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았던 워커는 토트넘으로 복귀한 2011-1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시즌에 20대 초반의 나이로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영 플레이어상을 수상하고 PFA 올해의 팀에 모두 선정되며 대형 풀백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풀백 중 하나로 성장한 워커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에서 토트넘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2010년대 중반까지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포체티노 감독과의 불화설이 퍼진 뒤 2017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이전에도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풀백이었지만, 워커의 진정한 전성기는 그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이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커는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기존에도 빠른 스피드와 준수한 수비력, 그리고 폭발적인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던 워커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전술적으로도 발전했고, 그 덕에 세계적인 풀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시티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뛰며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 워커의 위상을 대변한다.
또한 워커는 '탈 토트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탈 토트넘'은 말 그대로 토트넘을 떠난 선수들이나 감독들을 묶어 지칭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인물들이 토트넘에서 이적한 뒤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 조명된다.
워커는 '탈 토트넘'을 대표하는 선수다. 토트넘에서만 8년여를 뛰면서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워커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 직후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이를 포함해 도합 여섯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한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해 총 17개의 트로피를 자신의 트로피 진열장에 추가했다.
하지만 그런 워커에게도 결국 에이징 커브가 왔다. 나이를 먹어 스피드를 비롯한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진 워커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물론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선발로 출전하기 힘들어졌고, 축구 내적으로 부진을 겪는 와중에 외부에서 불륜으로 인한 사생활 논란까지 터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에 힘들어하던 워커도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이적을 요청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워커는 자신의 커리어 막바지에 해외에서 뛸 수 있는 옵션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워커는 2년 전 우리가 트레블을 달성한 뒤에도 이를 요청한 적이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워커를 원했지만 구단에서 받은 제안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워커가 없었다면 지난 몇 년 동안 맨체스터 시티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는 우리에게 없던 것을 더해줬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며 워커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워커는 이제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나는 마음이 이곳(맨체스터 시티)에 있는 선수들과 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워커는 새 팀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가 수년간 우리를 위해 해준 일들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워커와의 이별이 머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워커가 이적을 요청했다고 발언한 이후 워커의 이적은 빠르게 진행됐다. 풀백을 찾고 있던 이탈리아의 명문 밀란이 워커에게 접근했고, 합의도 빠르게 이뤄졌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워커는 24일 밀란에 도착해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고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하루 만에 공식 발표가 나왔다.
워커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맨체스터 시티를 완전히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유력 기자 잔루카 디마르지오에 의하면 밀란은 500만 유로(약 75억원)만 지불할 경우 워커를 영입할 수 있다. 35세라는 워커의 나이와 그에 따른 기량 저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AC밀란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