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엑's 인터뷰②]에 이어)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이 요즘 감성에 맞는 'MZ표' 판타지 로맨스를 그렸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연출한 서유민 감독과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 분)과 정아(원진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요 설정을 지킨 한국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다른 듯 안 다르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서 감독은 "가장 바꾸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었다"며 "저도 그 사실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아 꼭 가져가고 싶은 설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또 하나의 가장 큰 설정이던 여주인공의 천식 설정은 없어졌다. 감독은 "원작의 여주인공은 청순 가련한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에 맞게 다시 고치고 싶더라. 자신도 사랑을 찾으러 뛰어가는 캐릭터, 밝고 건강한데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원작의 샹룬(주걸륜 분)은 샤오위(계륜미)를 마냥 기다리는데 지금 시대에 그럴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정체를 물어도 보고, 뒤에서 (정보를) 찾아도 보고 의심한다. 또 배신감도 느끼고 이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크게 굴곡과 감정 기복을 줬다"며 "그래서 더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도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가는 게 더 감동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원작에서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2020년대의 한국으로 오며 '음대생'들의 이야기가 됐다.
서유민 감독은 "대학생으로 설정한 게 참 좋았다. (고등학생 설정이면) 사실 캐스팅 하기에도 너무 제한적이지 않나"라고 솔직히 밝히며 "사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너무 입시 위주로, 되게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에서 낭만적인 첫사랑을 이렇게 나누고 캠퍼스를 거니는 데이트를 하기에는 왠지 대학생이 더 어울릴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시그니처 명장면인 '피아노 배틀 신'도 있다. 리메이크 소식에 해당 신에 대한 기대부터 폭발적이었던 상황.
서유민 감독은 피아노 배틀 곡도 모두 바꿨다. "일단 주제곡인 '시크릿'('비밀') 외에는 전부 다 새로운 곡을 넣으려고 했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연주하는 곡은 시작부터 '고양이 춤'으로 정했었다"며 "어려서 처음 친 곡을 함께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젓가락 행진곡' 아니면 '고양이 춤'이었다. 그런데 '젓가락 행진곡'은 '고양이 춤'만큼 왜 이렇게 화려하게 변주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양이 춤'을 포핸드로 편곡을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또한 배틀 곡에 대해서는 "저와 연출팀이 우선 클래식 곡 중에 배틀에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기교를 부릴 수 있는 곡들을 찾아 음악 감독님께 들려드렸다. 편곡은 배틀의 양상에 맞춰서 음악 감독님과 토의해 정했다"고 덧붙였다.
두 배틀 라이벌 사이 곡을 설명하며 깐죽거리는 끼 넘치는 배틀 사회자 또한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부분이 서유민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고. 서 감독은 "끝까지 고민했다. 원작에서는 예고고, 음악전공생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전공생도 있어서 일일이 설명해주고 누가 무슨 노래를 치는지 말해주는 게 말이 되는데, 음대생이 음대생들에게 그러는 건 가짜처럼 보일 거 같았다"며 현실적으로 생각했음을 밝혔다.
그는 "음악 배틀만으로도 멋있게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 감독은 도경수와 원진아의 대사 또한 오글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꾸는 과정을 거쳤음을 밝혔다.
그는 "제가 봐도 대사가 너무 오글거리는 거 같고, 느끼하게 들릴까봐 걱정한 대사들이 있다"며 "고민을 했는데 도경수 배우와 리딩을 해보니 이런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시더라. 진지하지 않게 살짝 가볍게 웃으며 말하니 너무 자연스러웠다.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있던 캐릭터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7일 개봉한다.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