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KIA 나성범이 출국장에서 팬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2년 연속으로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KIA 타이거즈의 '캡틴' 나성범이 2025년에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2021시즌을 끝내고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나성범은 6년 최대 150억원(계약금 60억원, 총 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의 조건으로 NC 다이노스에서 KIA로 이적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나성범을 영입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적 첫 해 부상 없이 144경기를 모두 소화했지만, 이듬해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4월 초 병원 검진을 통해 왼쪽 종아리 근육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고, 장기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해 6월 23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나성범은 또 부상과 마주했다. 9월 19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고, 병원 검진 결과 우측 햄스트링 손상 진단이 나왔다. 재활에만 10~12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나성범은 2023시즌 58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부상이 문제였다. 나성범은 지난해 3월 17일 KT와의 시범경기 도중 오른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꼈고,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정규시즌 개막 후 한 달 넘게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8월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린 그는 21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2022년(21개) 이후 2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지만, 부상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KIA 박찬호, 나성범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KIA 나성범이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나성범은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좀 안 좋긴 했는데, 그래도 팀이 우승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최대한 풀타임에 가깝게 뛰려고 생각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조절해 주시면 그건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8~9월에 좋았던 건) 다 잊었다. 다시 리셋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망이를 잡았는데, 지금은 타격감이 좋지 않더라. 이제 막 (방망이를) 잡았으니까 천천히 컨디션을 올리다 보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나 자신에게 '올해는 좀 잘하자'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반등하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내가 잘하면서 팀에 좀 더 보탬이 되고 싶고,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단 비시즌 기간 준비 과정은 순조로웠다는 게 나성범의 이야기다. 그는 "잘 준비한 것 같다. 이렇게 팬들과 취재진을 만나니까 뭔가 시작됐다는 게 느껴지는 것 같고, 기대된다. 행사나 개인적인 일정을 제외하면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사령탑 없이 캠프를 시작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기분이 다르기도 하고, 지난해 이 자리에 있을 때는 시작부터 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우승하고 캠프에 가서 그런지 분위기도, 기분도 남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5차전 경기, 1회말 1사 1,3루 KIA 나성범이 1타점 희생플라이 타구를 날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6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4차전 경기, 3회초 무사 1,2루 KIA 나성범이 우전안타를 날린 후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통합 2연패를 바라보는 KIA는 비시즌 기간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했다. 2022년부터 3년간 KIA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떠나면서 타순과 수비 위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성범은 "몇 번타자로 나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몇 번째로 친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 빠른 선수가 많으면 항상 편하더라. 3번을 맡고 있는 (김)도영이가 빠르지 않나"라며 "(박)찬호나 (최)원준이가 테이블세터로 많이 나갔던 선수라서 그런 선수들이 출루하다 보면 (상대 투수가) 빠른 공을 많이 던질 것이고, 출루한 선수들이 도루를 많이 시도할 것이라서 (그 선수들과 타순이) 붙어있는 게 편하다. 그냥 희망사항인데, 감독님께서 알아서 정하시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
또 나성범은 "솔직히 (소크라테스가 빠지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구단에서 결정한 부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외야수들과도 충분히 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소크라테스가 없다고 해서 우리 팀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훈련할 때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KIA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으며, 25일부터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원으로 미국 왕복 항공편 탑승 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나성범은 "어린 선수들이 '우승하면 이렇게까지 대우를 받는구나, 이래서 또 우승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며 "주위에서는 왕조 이야기를 하는데, 한 번 우승하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또 2연패가 더 힘든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