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아직 '철기둥'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 김민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그의 소속팀인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도 한 수 아래로 꼽혔던 네덜란드 구단 페예노르트에 충격패를 당했다.
벨기에 국적 월드클래스 수비수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뮌헨은 2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 원정 경기에서 페예노르트에 0-3으로 참패했다.
이날 경기는 뮌헨이 원정으로 치렀으나 선수 개개인의 몸값이나 기량에서 페예노르트보다 한 수 위로 여겨졌기 때문에 뮌헨의 완패를 깜짝 놀랄 만한 결과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페예노르트 핵심 미드필더인 한국인 황인범이 결장하는 등 홈팀의 전력 누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원정팀의 예상밖 참패였다.
이날 패배로 뮌헨은 4승 3패(승점 12)에 그쳐 15위로 밀려났다. 한 경기를 남겨 둔 뮌헨으로서는 16강 직행은 사실상 물 건너간 가운데 플레이오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을 노리게 됐다.
페예노르트는 4승 1무 2패(승점 13)는 뜻하지 않게 대어를 잡아 순위가 11위로 상승했다. 상위 8팀에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은 어렵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방식을 변경했다. 이전처럼 그룹을 나눠 조별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본선 진출 36개 팀을 포트로 분류한 뒤 무작위로 추첨해 8개팀과 홈앤드어웨이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에 직행하는 팀들을 나눈다. 36개팀들 중 1위부터 8위까지만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9위부터 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그 아래 12팀은 탈락한다.
지난 대회 4강에 올랐던 뮌헨 입장에선 이번 대회에서도 무난히 8강 안엔 들 것으로 예측됐다. 뚜껑을 열고보니 곳곳에서 유럽 최상위권 팀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점들이 드러났다. 이날 페예노르트전 충격패는 물론, FC바르셀로나(스페인), 애스턴 빌라(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특히 패한 경기들이 모두 원정이이서 상대팀 적진에 가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향후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뮌헨의 센터백으로 프랑스 국가대표 다요 우파메카노와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62분을 뛰고 비교적 이른 시간인 후반 17분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와 교체됐다.
반면 부상에서 회복 중인 페예노르트의 미드필더 황인범은 출전 선수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코리안 더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황인범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경기는 홈팀의 전술 승리였다. 페예노르트는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간간이 역습을 펼쳤다. 찬스가 날 때마다 착실하게 득점을 올려 뮌헨을 3골 차로 무너트리고 홈구장 5만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0-0 균형은 전반 21분 깨졌다. 수비수 헤이스 스말이 자기 진영 왼쪽에서 한 번에 길게 넘겨준 공을 멕시코 출신 홈팀 공격수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골문 정면으로 쇄도한 뒤 이어받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서 김민재의 실수가 나왔다. 스말과 함께 달리기하며 발을 뻗고 패스를 막아보려 했으나 공이 닿지 않은 것이다. 긴 패스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사이에 떨어졌고 이를 김민재가 걷어냈어야 했는데 헛발질을 했다.
스말을 놓친 김민재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뮌헨 입장에선 믿었던 센터백 듀오가 힘을 쓰지 못해 당황스러운 실점을 내줬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추가시간인 전반 54분 한 골을 더 넣으며 훌쩍 달아났다. 선제골 주인공 히메네스가 페널티킥을 차 넣어 득점으로 2-0으로 달아났다.
뮌헨 왼쪽 수비수 알폰소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전반 46분 하파엘 게헤이루로 교체된 상황에서 페예노르트 역습이 펼쳐졌다. 게헤이루가 칼빈 스텡스를 막으려다 넘어뜨려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키커로 나선 히메네스가 왼발로 성공시켰다.
전반을 0-2로 마친 뒤 후반에도 계속 끌려다니자 콤파니 감독은 후반 17분 추격전을 위해 김민재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미드필더 파블로비치를 내보냈다.
이후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 독일 최고의 테크니션 자말 무시알라를 중심으로 총공세를 이어갔으나 두껍게 수비벽을 쌓은 페예노르트의 골문을 좀처럼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4분 페예노르트 역습 상황에서 일본인 장신 스트라이커 우에다 아야세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참패를 확정지었다.
뮌헨은 오는 30일 슬로바키아 구단인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와 리그 페이즈 최종 8차전을 치른다. 홈에서 강한 뮌헨의 분위기와 한 수 아래인 상대 전력을 감안하면 승산이 충분지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변이 속출해 승부를 쉽게 장담하기도 어렵다. 뮌헨은 브라티슬라바를 이긴 뒤 다른 팀들 성적에 따라 8위 이내 진입할 가능성도 남겨놓고는 있다.
김민재 입장에서도 이날 페예노르트전은 교훈이 될 경기였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철벽 수비를 구축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연구소 CIES가 지난해 11월 선정한 센터백 세계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다만 챔피언스리그에선 뮌헨이 패했던 바르셀로나전과 애스턴 빌라전, 페예노르트전에서 모두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해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등 수비 완성도 더 높여야 하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