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아스널의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가 페널티킥을 실축했다는 이유로 하베르츠의 아내에게 폭언과 협박을 한 용의자가 17세 소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이다.
평소 아스널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는 하베르츠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승부차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하베르츠의 아내에게 그녀와 태아를 협박하는 악질적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2일 "아스널의 스트라이커 카이 하베르츠와 그의 아내에 대한 온라인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10대 청소년이 악의적인 소통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며 "허트포드셔 경찰에 따르면 세인트 앨번스 출신의 17세 소년이 조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밝혔다.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 역시 "하베르츠의 임신한 아내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학대한 혐의를 받은 10대 소년이 경찰에 체포됐다"며 이번 사건을 조명했다.
하베르츠의 아내 소피아는 하베르츠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PL) 구단 아스널이 지난 13일 리그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한 FA컵 3라운드에서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배한 뒤 협박성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하베르츠가 결정적인 기회를 몇 번이나 놓친 데다, 승부차기에서도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하지 못하는 등 부진했던 게 이유로 꼽힌다. 당시 일부 아스널 팬들은 하베르츠를 맹렬하게 비난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패배를 하베르츠의 탓으로 돌렸다.
'BBC'는 "하베르츠의 아내 소피아는 이달 초 아스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에서 패한 뒤 받은 다이렉트 메시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했는데, 그녀가 받은 메시지 중 하나에는 태아에 대한 협박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피아가 공개한 메시지에는 현재 임신 중인 소피아가 유산하길 바란다는 둥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베르츠와 소피아 부부는 지난 2018년부터 교제하다 지난해 결혼했고, 작년 11월 아이를 품었다. 임신 두 달여 만에 태아 협박 메시지를 받았으니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소피아는 이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침착한 답변을 남겼다.
아스널은 소피아가 이 메시지를 받은 직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약 10여일 만에 용의자를 체포했다. 현재 용의자는 조사 도중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지만, 곧 추가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구단은 통신 기업 '시기니파이(Siginify)'와 협력해 다른 아스널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들에게 유사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아스널의 사령탑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학대를 보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더욱 끔찍한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또 "유독 축구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일부 축구 팬들은 지나치게 냉소적인 경향이 있으며, 유독 경기 결과에만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자신의 삶 전체를 경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축구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팬들의 태도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하베르츠는 지난 2023년 첼시를 떠나 런던 연고 라이벌 구단인 아스널에 입단해 아르테타 감독의 지도 아래 커리어 반등에 성공했다. 첼시에서는 아쉬운 골 결정력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아스널로 이적한 이후에는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의 경기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 경기처럼 가끔씩 기복을 겪는다는 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하베르츠는 평소 높은 축구 지능과 전술 이해도를 앞세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으나 부진한 경기에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이 하베르츠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