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황희찬의 아스널전 플레이가 다시 홈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엄청난 골결정력으로 강등권 울버햄튼을 구해냈던 그의 플레이는 사라졌다. 지금은 골은커녕 볼터치가 길어 자주 공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드러나자 울버햄튼 팬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지역 언론까지 그를 지적하고 나섰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은 26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32분 부상당한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과 교체되어 들어갔으나 58분 뛰는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울버햄튼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울버햄튼(4승4무15패·승점 16)은 리그 17위를 유지하며 강등권 턱걸이에 걸쳐 있는 입스위치 타운(3승7무13패·승점 16)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19위 레스터 시티(3승5무14패·승점 14)와의 승점 차도 2점에 불과하다.
울버햄튼은 이번 시즌 내내 성적부진에 시달리다가 영국 출신 개리 오닐 감독을 해임하고,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영입해 2연승을 달렸다.
강등권에서도 탈출하며 대반전을 이루는가 싶었으나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 2-2 무승부 뒤 새해 들어 내리 4경기를 연속으로 졌다.
반면 울버햄튼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겨간 아스널(13승8무2패·승점 47)은 리그 2위를 유지한 채 선두 리버풀(16승5무1패·승점 53)과의 승점 차를 6점으로 좁혔다. 다만 리버풀은 아스널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이기 때문에 두 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팀의 경기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울버햄튼은 전반 30분 만에 최전방 공격수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이 부상을 당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간 교체카드를 꺼내야 했다. 심지어 주 포지션이 스트라이커가 아닌 황희찬이 급하게 교체 투입돼 최전방에 배치됐다.
이어 상대 선수 퇴장이 나왔다.
전반 43분 아스널의 유망주 마일스 루이스-스켈리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큰 변수가 터졌다. 루이스-스켈리는 전반 43분경 아스널의 코너킥 이후 울버햄튼의 맷 도허티가 공을 잡아 역습으로 이어가려는 걸 저지하는 과정에서 도허티의 발을 걸었는데,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를 꺼내 루이스-스켈리에게 퇴장을 지시했다.
하지만 울버햄튼에서도 퇴장 선수가 나왔다.
후반 25분 주앙 고메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이어가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이날 승부는 두 팀 모두 한 명씩 퇴장당한 뒤인 후반 29분 갈렸다.
아스널의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올린 크로스를 울버햄튼 넬송 세메두가 머리로 걷어냈으나 골 지역 왼쪽으로 흘러나온 공을 공격 가담한 칼라피오리가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 첼시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전반 32분경 갑작스럽게 경기에 투입되면서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황희찬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나름대로 많은 시간을 부여받았음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황희찬은 후반 14분경 마테우스 쿠냐의 패스를 받아 먼 거리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을 쏴봤지만 아스널의 수문장 다비드 라야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 슈팅 외엔 별다른 기회는 없었다. 오히려 드리블과 볼터치가 길어 제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여겨질 만큼 아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국 황희찬에게 혹평이 쏟아졌다.
앞서 황희찬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부진하자 황희찬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울버햄튼 지역지 '몰리뉴 뉴스'는 "울버햄튼 팬들은 황희찬에게 지쳤다"면서 "황희찬에게 이번 경기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준 이후 팬들에게 보답할 기회였지만, 불행하게도 황희찬에게는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황희찬은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았고, 앞으로 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두 번째 터치 이후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골킥이 되면서 공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팬들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했다"며 황희찬에 대한 울버햄튼 팬들의 반응을 공개했다.
'몰리뉴 뉴스'에 따르면 울버햄튼 팬들은 "황희찬은 대체 어디로 달려간 걸까?", "황희찬은 정말 별로다", "황희찬은 정말 끔찍하다. 라르센이 부상당하기 전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황희찬의 부족한 경기 감각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황희찬은 내가 본 선수 중 최악", "그는 엉터리" 등의 반응을 남겼다.
'몰리뉴 뉴스'도 황희찬의 부진을 지적하면서 황희찬이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울버햄튼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황희찬은 2028년까지 울버햄튼가 계약을 맺었고, 구단은 황희찬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끔찍한 경기력을 보면 구단이 그의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황희찬은 훌렌 로페테기 감독 시절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영입 대상이었지만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온 이후 이적설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다른 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울버햄튼 팬들은 온라인 상에서 아스널전 터치를 두고 "황희찬은 도대체 어디로 뛰는 거냐. 황희찬 너무 못한다", "황희찬은 정말 형편없다. 라르센이 부상 당하기 전까지 잘 한 것은 아니지만, 황희찬의 경기 감각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황희찬은 내가 본 최악의 선수다"라는 식의 선을 크게 넘는 비판을 했다.
황희찬은 2023-2024시즌 개막 직전 훌렌 로페테기 전 감독이 구단의 연이은 핵심 선수 매각에 항의해 사임한 뒤 오닐 감독이 감자기 부임, 뒤숭숭한 울버햄튼의 한 줄기 빛이었다. 전반기 골폭풍을 쏟아내며 결국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2골을 몰아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 울버햄튼이 장신 공격수 라르센 위주로 전술을 바꾸면서 직격탄을 맞아 시즌 초반부터 벤치로 밀렸다. 오닐 감독은 지난시즌 효과를 봤던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중심의 역동적인 공격 전술을 계속 이어가는 게 효과적이었는데 느닷 없이 장신 공격수를 데려와 선 굵은 플레이로 변신을 한 것이다. 이는 완전히 실패했고 오닐 감독도 역시 시즌 반환점을 돌지 못한 채 경질됐다.
이후 페레이라 감독 부임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서 연달아 득점하며 부활하는 듯 싶었으나 새해 들어 다시 주춤하는 상황이다.
'몰리뉴 뉴스'는 이어 "팬들만 그의 판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황희찬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28세의 황희찬은 분명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환경을 바꾸는 것이 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경기가 열린 1월26일은 황희찬의 생일이다. 황희찬 입장에서는 최악의 생일을 보내게 된 셈이다.
일단 라르센이 다쳤기 때문에 황희찬은 겨울시장에 전격적으로 이적하지 않는 한 기회를 좀 더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