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은 누구보다 손흥민을 잘 알고 있다.
앞서 손흥민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언급했던 케인의 입에 다시 한번 손흥민의 이름이 올랐다. 케인은 손흥민이 전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며 손흥민의 가치는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을 치켜세우는 케인의 발언은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인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고 고작 1년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는 것에 그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태도와 더욱 비교된다.
토트넘은 지난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과의 계약이 1년 연장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2021년 재계약을 맺을 당시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연장 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2025년 6월30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던 손흥민의 계약은 2026년 6월30일까지 늘어났다.
손흥민은 구단을 통해 1년이라는 기회를 더 받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손흥민은 구단과의 한국어 인터뷰에서 "이렇게 또 다른 기회를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많은 성원을 받고 응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기회로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돼서 정말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또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 응원해 주시는 것처럼 앞으로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단 공식 인터뷰에서는 늘 그랬듯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난 이 팀을 사랑한다"면서 입을 뗀 손흥민은 "여기서 거의 10년을 보냈고, 1년을 더 지내게 됐다. 나는 이 모든 시간들을 사랑한다. 내가 팀에서 보낸 시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이 되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토트넘은 모두가 뛰고 싶어하고, 어릴 때부터 꿈꾸는 팀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는 팀"이라면서 "나는 주장이 된 이후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타의 모범이 되고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이 발표되면서 지난해부터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밀란 등 다수의 클럽들과 연결됐던 손흥민의 이적설도 사라졌다. 이 클럽들이 손흥민과 이어졌던 이유는 손흥민이 계약 연장 없이 자유계약(FA) 신분이 되어 여름 이적시장 매물로 나올 거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계약이 늘어나 손흥민을 이적료 없이 영입할 수 없게 되자 이적설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2024년이 지나도록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지 않은 토트넘은 최근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에게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옵션 행사를 선택했다. 바르셀로나 관련 소식에서는 준수한 공신력을 자랑하는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 그리고 영국의 유력지 '텔레그래프'가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을 다룬 이후였다.
토트넘의 결단으로 일단은 손흥민을 지킬 수 있게 됐지만, 구단의 레전드에게 재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연봉 인상 없이 기존 조건으로 계약을 1년만 연장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지난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프리미어리그(PL) 생활을 하면서 토트넘을 떠난 적이 없다. 손흥민은 그간 토트넘에서만 400경기 이상 출전해 팀의 주포로서 2010년대와 2020년대 초반 토트넘의 황금기 멤버로 활약했고,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준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 없이는 토트넘의 2010년대와 2020년대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다년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고 지난 2021년 재계약을 맺을 때 조항에 삽입한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임금 인상 등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선택이지만 그동안 손흥민이 보여준 헌신과 애정을 생각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상 손흥민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다음 시즌이 되면 다시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게 되고, 이번 시즌 초반부터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이적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면서 "2026년 6월 이후 손흥민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 계약이 만료되는 기간이 1년 늘어났다고는 하나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손흥민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토트넘의 선택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손케 듀오'를 결성했던 케인으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케인은 "나는 손흥민과 정말 잘 지냈다"면서 "나는 손흥민이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인은 이어 "우리는 기술적으로 언제나 관계가 좋았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한 이후 나와 손흥민은 다른 차원의 파트너가 됐다. 무리뉴 감독이 오기 전 나는 9번이었고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였다"며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온 이후 우리는 공격 듀오가 됐고,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와 손흥민은 거의 텔레파시로 소통하면서 연결됐다"고 회상했다.
케인이 손흥민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케인은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었던 지난 달 한 팬 포럼에 참석해 과거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 중 바이에른 뮌헨으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냐는 팬의 질문에 "쏘니(손흥민)"라고 답했다.
그는 또 "쏘니와의 관계는 정말 좋다. 우리는 토트넘에서 훌륭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친구가 됐다"라며 "내 생각에 우리는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손흥민이 분데스리가로 오더라도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사진=SNS,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