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배우 김예원이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의 종영 소감을 전했다.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남자 석지원과 여자 윤지원.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 후, 18년 만에 재회한 철천지원수들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9일 운명 서사를 완성하며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김예원은 극 중 석지원과 윤지원의 18년 지기이자 독목고등학교 수학 교사 차지혜 역을 맡아 열연, 매회 무르익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캐릭터의 서사를 탄탄히 만들었다. 극 초반 짝사랑하는 석지원과 절친 윤지원 사이에서 흔들리는 차지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가 하면, 변치 않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인정하고 짝사랑을 단념하는 과정까지 심도 있게 담아낸 것. 김예원은 석지원과 윤지원의 절친으로 제자리를 찾아간 차지혜가 이후 진심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짝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 김예원. 2025년 선보일 활약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배우 김예원이 소속사 에코글로벌그룹을 통해 일문일답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은 김예원과의 일문일답
Q.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를 끝마친 소감은?
섭섭하고 아쉽다. 드라마도 지혜의 이야기도 현장도 계속되어야 할 것 같았다. 제게는 따뜻하고 의미가 큰 작품이다. 드라마를 봐주신 모든 분들도 함께 따뜻하셨길 바란다.
Q. 차지혜는 짝사랑하는 석지원과 절친 윤지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현실적인 감정 연기로 김예원이 그려낸 차지혜는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를 끝마치며 김예원이 바라본 차지혜는 어떤 인물이었나?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 더 안쓰러웠다. 저는 누군가의 이해할 수 없거나 그릇된 말 또는 행동을 볼 때, 한편으로는 연민의 마음이 있다. 나를 포함 누구에게도 쉽게 이해받지 못할 걸 알기 때문에 그 삶은 힘들겠다는 생각, 그 그릇됨이 본인은 오죽 불편할까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지혜는 사랑이 죄인 줄도 모르고 제 발로 벼랑으로 가는 친구였고, 제가 지혜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결국 찾을 수 있는 답은 석지원 밖에 없었다. 사랑 때문에 이렇게까지 뒤틀릴 수 있구나. 나쁘기도 나빴지만 금방 들켜버릴 치부가 될 짓을 바로 행하는 걸 보면 그냥 사랑 때문에 바보가 된 사람 같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을 수가 없었다. 오래도록 변치 않았던 그 사랑의 방법이 깊게 뒤틀려 있었던 아이라 많이 미우셨겠지만, 제가 바라본 지혜는 결국엔 윤지원과 석지원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친구였기에 그간의 짐을 짊어지고 그들 곁에 더욱 좋은 모습으로 남을 거라 생각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차지혜의 대사 또는 장면이 있다면?
석지원에게 밑바닥을 들켰던 씬이다. 숨겼던 핸드폰을 바로 눈앞에서 들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지원을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라며 탓을 돌린다. 말로는 탓을 돌리지만 지혜가 벌거벗은 스스로를 처음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분명 스스로의 죄를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행하고, 알면서도 외면하려 했던 죄를 더 엄중히 깨우치는 순간이 오길 바랐다.
Q. 차지혜는 극 초반 질투심에 휩싸여 미운 짓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오랜 시간 간직해온 짝사랑의 마음을 단념하고 석지원과 윤지원이 잘될 수 있도록 응원한다.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지혜 대사에 너무 오랫동안 이고 지고 있던 마음이었다는 대사가 있다. 사랑도 죄도 그 짐이 괴로울 만큼 커서 그랬는지, 그 오랫동안의 마음이 놀라울 만치 깨끗해지더라. 할 만큼 했지 않나. 아니 그 훨씬 넘어 했지 않나. 지혜가 밤의 해변가에서 석지원을 보내주는 씬이 있었다. 그때 손에 모래를 쥐어봤는데 석지원이 지혜에게 마치 모래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손에 쥐어보려고 해도 안 쥐어지고 꽉 쥐면 쥘수록 손에 남는 건 내 손톱에 찔린 붉고 아픈 자욱뿐이다. 겨우 붙어있는 그 알갱이들도 몇 번 툭툭 털면 쥐었던 악력이 무색할 만큼 어떤 향조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진다. 석지원을 보낸 마음도 그러했다. 어떠한 찌꺼기도 남지 않았다. 평생 그 둘의 곁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변화한 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 아닌가 할 만큼 깨끗한 마음으로 연기하게 됐다.
Q.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 주지훈 배우, 정유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가?
감독님의 에너지가 워낙 젠틀하시고 서글서글하셔서 현장을 아주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주셨다. 배우들과 의견 소통을 할 때도 서 계시다가도 시선을 낮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으시다. 처음에 제가 더 낮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랬다. 그만큼 존중과 배려가 편안하게 감싸는 듯한 현장을 만들어주셨고, 역할에 대한 고민에 먼저 헤아려주시고 많은 소통을 해주셨다. 근데 그렇게 모두를 챙기시는 듯했다. 촬영 내내 지친 모습 없이 늘 선한 에너지셨는데 돌아보니 감독님께 너무 큰 힘을 받았다는 것이 느껴져서 정말 감사하다.
주지훈 선배님은 작품을 함께하는 건 처음이지만 워낙 오래 알았던 선배님이셔서 오히려 함께 연기하는 게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도 컸다. 역할적으로는 안타깝게도 관계가 어두웠지만 현장에선 많이 웃고 즐겁게 촬영했다. 현장에서 만난 선배님은 몸을 사리지 않고 늘 캐릭터를 넘어 작품 전체를 보는 배우셨고 모두를 아우르며 웃음까지 던져주는 모습이셨는데, 그런 선배님의 모습이 너무 부럽기도 하고 본받고 싶었다. 언젠가 꼭 저도 그런 면모들을 갖고 싶다.
정유미 선배님은 언니의 실제 모습 자체가 너무 러블리하시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제가 현장에 서툴러서 인지를 잘 못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사랑스러웠다는 것만큼은 또렷이 기억된다. 근데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난 언니가 그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에너지가 현장에서 모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더 느끼고 배우게 됐고, 씬에서 더 함께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움이 컸다. 서로 많은 작품을 해도 두 번 이상 만나는 게 흔치 않은데 미라클로 다음이 또 있다면 언니와 더 가깝고 함께하는 씬이 많은, 같은 편인 관계로 연기하고 싶다.
Q. 앞으로 새롭게 연기해 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음악 관련 작품, SF에 대해서 늘 소망해 왔었고 종종 그린 스크린에서 몸 전체를 쓰는 연기를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이번 지혜 역할이 표현적으로는 억제하고 누르는 편이었는데 다음으로 바랄 수 있다면 에너지가 세련되고 강하거나 아예 풀어지거나 혹은 자유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20대에 색이 짙은 역할을 했던 편인데 그런 에너지도 다시 연기한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다른 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석지원과 윤지원, 그리고 스스로까지 괴롭혔던 지혜에게 부디 용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어주시길 바라보고요, 여러분 모두 석지원과 윤지원처럼 예쁘고 소중한 사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25년에는 부디 고통 없이 사랑이 만개하길 바랍니다.
사진=에코글로벌그룹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