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때 월드 클래스 풀백으로 분류됐던 리버풀의 부주장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최근 부진,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레즈 더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이자 축구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이 킨으로부터 독설을 들었다. 킨은 리버풀과 재계약을 맺지 않은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 마드리드와 연결되고 있는 점을 꼬집으면서 지금 경기력으로는 4부리그 팀인 트랜미어 로버스로 가야 할 것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런데 트랜미어의 반응도 흥미롭다. 킨의 발언을 접한 트랜미어는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괜찮다"면서 알렉산더-아놀드 영입 기회를 한사코 거절했다.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 선정만 3회,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올해의 팀에도 뽑힌 적이 있는 월드 클래스 출신 풀백의 굴욕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0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리버풀에서는 코디 각포와 모하메드 살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아마드 디알로가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버풀의 부주장인 알렉산더-아놀드는 이날 라이트백으로 선발 출전해 앤디 로버트슨, 버질 판데이크,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함께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알렉산더-아놀드의 역할은 늘 그랬듯 송곳 같은 킥으로 전방에 있는 동료들에게 질 높은 패스를 뿌리거나 세트피스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알렉산더-아놀드의 수비력이었다. 이전부터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능력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알렉산더-아놀드가 위치한 리버풀의 오른쪽 측면 수비가 헐거웠던 탓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에 서 있던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디오구 달롯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었다. 심지어 알렉산더-아놀드는 센터백인 마르티네스에게 뒷공간을 허용하는 등 실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알렉산더-아놀드를 신뢰하던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도 결국 후반 41분에는 알렉산더-아놀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유망주인 코너 브래들리를 투입했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브래들리의 투입 시간이 빨랐다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도 됐을 정도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알렉산더-아놀드가 보여준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독설가'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킨은 알렉산더-아놀드를 향해서도 독설을 참지 않았다.
그는 축구 중계사인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알렉산더-아놀드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알지만, 오늘 알렉산더-아놀드의 수비 능력은 초등학생과 같은 수준이었다"면서 "사람들은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가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이번 경기가 끝나고 트랜미어 로버스로 이적할 것이다. 알렉산더-아놀드는 더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킨이 언급한 트랜미어 로버스는 리버풀, 에버턴과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의 머지사이드주를 연고지로 사용하는 EFL 리그 2(영국 4부리그) 팀이다. 1884년에 창단해 역사도 상당히 길고, 1989-90시즌에는 EFL 트로피를 따내기도 했지만 프리미어리그로 한 번도 승격하지 못하는 등 각국 최상위 리그와는 거리가 먼 팀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알렉산더-아놀드는 최근 내년 여름이 되면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을 거라는 루머에 휩싸인 상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 측에 30만 파운드(약 5억 4800만원)라는 거액의 주급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알렉산더-아놀드가 그동안 리버풀에서 중요한 선수로 여겨진 것은 맞지만, 30만 파운드라는 금액은 지나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현재 원하는 것은 살라나 판데이크와 같은 수준의 대우나 다름없다. 리버풀에 브래들리라는 또 다른 유망주가 등장한 것도 알렉산더-아놀드와의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알렉산더-아놀드가 재계약 의사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그의 레알 마드리드행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데, 킨은 알렉산더-아놀드의 현재 경기력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레알 마드리드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걸 꼬집은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개최된 2024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5위를 차지한 월드 클래스 풀백 다니 카르바할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알렉산더-아놀드를 낙점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알렉산더-아놀드의 경기력을 보면 아무리 그가 FA로 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높은 주급을 주면서까지 그를 영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재밌는 것은 트랜미어 로버스의 반응이다. 트랜미어 로버스는 킨의 발언 이후 구단 SNS를 통해 "트렌트가 트랜미어로 간다고, 로이? 아냐, 우리는 괜찮아 고마워"라며 알렉산더-아놀드를 영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 매체 '트리뷰나'도 "트랜미어 로버스가 알렉산더-아놀드를 영입하라는 로이 킨의 제안에 응답했다"면서 트랜미어 로버스의 반응에 주목했다.
4부리그 팀으로부터 조롱섞인 답변을 받을 정도로 알렉산더-아놀드는 추락했다. 리버풀 유스 출신으로 20대 초반에 세계 최정상급 풀백으로 평가받았던 그는 이제 리버풀의 '금쪽이'가 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