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당장 손흥민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동행을 고민하고 있고, 그 사이 손흥민의 이적설만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말 두 달여 동안 이적설에 시달렸다. 현지에서는 '라리가 3대장'으로 묶이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물론 독일 최고의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과 영국 전통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손흥민을 노린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한동안 손흥민을 괴롭히던 이적 루머는 손흥민의 에이전트가 직접 나서서 이적설을 부인하고, 손흥민이 토트넘과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사그라들었다. 영국 유력지들도 앞다퉈 토트넘이 지난 2021년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삽입했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며 손흥민의 이적설을 끝냈다.
그러나 토트넘이 예상을 깨고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지 않은 채 2025년이 되면서 손흥민의 이적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25년 6월30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이 보스만 룰에 따라 2025년 1월1일부터 타 구단들과 접촉 및 협상이 가능하고, 나아가 이적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물론 아직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시킬 시간은 남아 있지만, 토트넘의 선택이 늦어지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손흥민의 이적설 역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제는 단지 루머에 그치지 않고 일부 팀들이 손흥민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토트넘의 의중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구단은 어째서인지 손흥민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고,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AC밀란이 손흥민을 영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손흥민의 이적설에 또다시 불이 붙은 상태다.
이런 와중에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이 손흥민을 2020년대 프리미어리그(PL) 최고의 윙어로 선정했다.
'골닷컴'은 2일(한국시간) 2020년대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일레븐을 공개했다. 2020년대는 아직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2020-21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 4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에 베스트 일레븐 중 대다수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 선수들이 채웠다.
'골닷컴' 역시 "우리는 6명의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명단에서 제외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선수들은 모두 현대의 전설들로 자리매김했다"면서도 "문제는 나머지 5개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다"라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제외하고 남은 자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주목할 만하다는 점을 짚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카일 워커, 후벵 디아스(이상 수비수) 로드리, 베르나르두 실바, 케빈 더브라위너(이상 미드필더) 그리고 엘링 홀란(공격수)이 선정됐다. 모두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6명의 선수들이 선정된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골닷컴'이 짚은 대로 나머지 5개의 자리는 리버풀 선수 4명, 그리고 토트넘 선수 1명이 나눠가졌다. 리버풀에서는 알리송(골키퍼), 버질 판데이크, 앤디 로버트슨(이상 수비수), 모하메드 살라(공격수)가 뽑혔다.
유일하게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소속이 아닌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아스널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는 걸 생각하면 손흥민이 2020년대에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손흥민은 2021-22시즌 리그에서만 23골을 터트리며 살라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2020년대에도 꾸준히 10골 10도움 이상을 기록하는 등 수년간 프리미어리그 내 최고 수준의 윙어로 활약했다. 2010년대 중후반 토트넘이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손흥민도 푸스카스 수상했을 당시가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2020년대에도 계속됐다.
이번 시즌을 보더라도 손흥민은 시즌 초반 부상의 여파가 큰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리그에서만 16경기에 출전,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현재 토트넘 선수들 중 리그에서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는 제임스 매디슨(8골 4도움)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당장 대체할 수 없는 선수라는 이야기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장기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윌송 오도베르를 영입하고 마이키 무어를 키웠으나 두 선수들은 이번 시즌 부상과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기에 나오더라도 손흥민 수준의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손흥민을 빠르게 대체할 자신이 있다면 지금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바이에른 뮌헨이든, AC밀란이든 손흥민을 노리는 팀이 있다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고주급자인 손흥민을 내보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오히려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해 이적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뒤 이적료를 챙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토트넘이 당장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내보내고 손흥민과 같은 수준의 선수를 영입할 확률은 높지 않다. 내부적으로도 대체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순식간에 큰 구멍이 생길 공산이 크다. 토트넘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