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주, 김정현 기자) 이런 운명 상상이나 했을까.
11년 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던 거스 포옛과 기성용이 K리그 무대에서 적으로 만난다.
우루과이 출신 지도자 포옛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9대 전북 현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4일 구단은 포옛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포옛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리즈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7년 후안데 라모스, 해리 래드냅 감독 밑에서 토트넘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엔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에서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한 브라이턴은 포옛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3부리그 팀이었다. 포옛이 3부 우승 및 2부 승격을 일궈내며 지금의 전성기 기반을 닦았다. 포옛은 리그1 최우수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포옛 감독은 브라이턴 이후엔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아 기성용, 지동원도 지도했다. AEK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등 여러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다. 상하이 선화(중국), 카톨리카 대학(칠레) 등 아시아와 남미도 경험했다.
포옛은 특히 2013년 10월, 시즌 중도에 선덜랜드 지휘봉을 잡아 2015년 3월까지 지휘했는데 2013-2014시즌 여름 이적시장에 기성용이 임대 영입된 상태였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뒤 스완지 시티에 입단했던 기성용은 이듬해 선덜랜드로 임대된 상태였다. 자신을 원했던 파올로 디카니오 감독이 초반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포옛이 왔다.
기성용은 포옛 감독과 좋은 궁합을 보이며 선덜랜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당시 리그컵에서 6경기에 나와 팀의 준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갔다. 적어도 최근까지 두 사람은 소통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포옛 감독이 방한했을 때,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포옛도 기성용을 꽤 신뢰했다. 지난여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포엣이 거론됐었다. 당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스페인에서 포옛을 만나 면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회는 다른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고 포옛은 뒤늦게 이를 알고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시 포옛은 한국 감독에 큰 흥미를 느꼈고 많은 공부를 했으며 기성용을 통해 많은 자문을 얻으려 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포옛은 "기성용이 뛰고 있더라도 FC서울과 상호 합의해 1주일간 나와 함께 일했으면 한다고 생각했다. 난 기성용으로부터 선수들의 문화와 성장 배경, 대응 방식 등에 대해 배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지 못했지만, 포옛은 반년 뒤, 새 사령탑을 찾는 전북과 교감하며 전북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서울에서 여전히 뛰고 있는 기성용과는 공교롭게도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포옛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에 대해 "우리는 서로 엄청나게 이해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는 그가 선호하는 축구다. 우리는 곧바로 연결됐다"라면서 "때때로 이기고 질 때도 있지만 10년 뒤에 이야기하지 않을 선수도 있고 여전히 특정 경기, 특정 포지션, 특정 페널티킥을 기억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 대화들은 항상 나와 기성용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을 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성용이 이제 나와 상대하게 될 텐데 (그와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전북과 서울의 격돌이 또 다른 스토리로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한편 기성용이 K리그에 대해 이야기 해줬는지에 대해선 "그가 리그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라며 "그는 내게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그를 빨리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 제공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