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전북 현대가 K리그 역사상 가장 이름값이 큰 감독을 선택했다.
전북은 명성보다는 방향성에 맞춘 실리주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24일 우루과이 출신 지도자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그리스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거스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깜짝 선임이다. 포옛 감독은 지난여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려 국내 축구팬들에겐 잘 알려진 상태다. 태극전사 대신 '녹색전사'를 지도하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됐다.
전북은 "유럽에서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포옛 감독을 제9대 감독으로서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도현 전북 단장은 공식 발표 뒤 보도자료를 통해선 "국내·외의 훌륭한 감독 후보 지도자분들이 많으셨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팀의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인 관점을 모두 고려해 수많은 고심 끝에 결정했다"며 "구단의 비전과 철학에 대한 높은 공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장 중요한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다. 포옛 감독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 팀을 대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인상과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포옛 감독 선임 직후 본지와 통화에서 명성이나 국적이 아니라 전북에 가장 필요한 감독을 찾다보니 포옛 감독을 낙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름값은 이슈가 아니었다. 외국인 감독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우리 상황과 방향성에 맞는 감독을 찾던 와중에 (포옛 감독이) 후보군이 되신 거다. 유명하기 때문에, 경력이 화려하기 때문에 뽑은 선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말씀을 나눠보니 우리와 부합하는 면이 많겠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후보로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전북 입장에선 지난 5월 경질한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에 이어 단 7개월 만에 다시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오게 됐다. 페트레스쿠 감독의 경우, 축구적인 면과 별개로 선수단을 이끄는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터라 다시 외국인 감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았다고 이 단장은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외국인 감독이어서 소통이 어렵고 국내 감독이어서 소통이 잘 되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가 어떻고 대화하는 방식이 어떤지가 중요하지 단순히 언어 때문에 불편하고 문화가 달라서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전북은 당장 새로운 감독과 함께 동계 훈련을 가야 한다. 빠른 감독 선임이 필요했고 전북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 단장은 "외국인 감독들에게는 적이 없는 감독들에게 직접 연락드렸다. 그리고 대리인 없이 직접 면접을 진행했다. 마이클 킴 디렉터와 나, 감독 3명이서 했다"고 밝혔다.
전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축구보다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이었다.
이 단장은 "이러한 가치가 신기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축구적인 부분도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난데 그 전에 선수들과의 신뢰,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끄집어내는 리더십에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으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 그렇게 하신다는 레퍼런스(평판도) 체크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축구는 두 번째 문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먼저다. 그게 전제가 돼야 그 다음에 전술이 나온다는, 우리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그런 가치관이 맞았던 것 같다"면서도 "그게 정답일지, 바로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바로 성과가 나온다면 베스트"라고 밝혔다.
전북은 최종적으로 국내파 이정효 광주 감독, 그리고 외국인 감독은 포옛 감독을 두고 고민했다. 선택은 포옛이었다. 이 단장은 우열을 가리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 단장은 "두 분 다 좋은 감독님이시다. 여러 가지 가치 중에 어떤 부분은 이정효 감독이 더 훌륭하신 면이 있고 어떤 부분은 포옛 감독님이 더 훌륭하신 부분이 있는데 그걸 종합했을 때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지 보면서 '포옛 감독님이 지금 상황에 우리한테 더 어울리는 선택이 아니겠느냐'라고 판단한 것뿐"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 단장은 "사단도 필수 인원을 끌고 왔으면 하고 여기에 한국 코치 수급하는 것을 미리 소통했다. 논의하면서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코치가 조력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서로 맞았다.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정조국 코치가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라며 정 코치 선임 발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여러모로 전북은 그간 K리그 감독 중에서 가장 커리어가 뛰어난 감독을 선임해 재도약에 나선다.
우루과이 출신인 포옛은 자국리그 벨라 비스타를 거쳐 그레노블(프랑스), 리버 플레이트(우루과이), 레알 사라고사(스페인), 그리고 첼시, 토트넘 홋스퍼, 스윈든 타운(이상 잉글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리즈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7년 후안데 라모스, 해리 래드냅 감독 밑에서 토트넘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에서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포옛 감독은 브라이턴 이후엔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아 기성용, 지동원도 지도했다. AEK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등 여러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다. 상하이 선화(중국), 카톨리카 대학(칠레) 등 아시아와 남미도 경험했다.
최근에 포옛은 2022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그리스 대표팀을 지휘해 대표팀 경험도 모두 겸비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C에서 리그B로 승격시키는 성과를 일궈냈다. 다만 유로 2024 본선 진출에는 실패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포옛은 지난여름 한국 축구팬들에게 크게 화제가 됐었다. 위르겐 클린스만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한 대한축구협회가 후임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포옛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을 만나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고 포옛은 이에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K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포옛 감독은 "아시아와 K리그 무대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그리고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축구는 소통과 신뢰가 전술, 전략보다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신뢰받아 전북현대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포옛 감독은 30일쯤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에 오게 된 소감을 직접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전북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