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화제작으로 빵 뜬 스타. '대박 조짐'은 스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며 언제부터 '뜰 조짐'이 보였는지, 인생작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평범함도 특별함으로 만드는 배우가 있다. 걸그룹으로 시작해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15년. 엇갈린 운명을 기회 삼아 대박을 터뜨리고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서현진의 이야기다.
최근 "취준생(취업준비생)들에게 힘이 되는 '짤'"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각종 SNS에 서현진이 돌아다니고 있다.
"스물 넷, 일곱...다른걸 시작할 수 있는데 그때는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너 시궁창에 빠져본 일 있냐? 난 있다. 물이 생각보다 뜨듯하데. -공지영 '인간에 대한 예의'-
그 글을 읽었을 때 너무 알겠는 거에요. 굉장히 더럽고 비참한데 그 하수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나'밖에 없어요. 지금의 스물넷, 스물일곱 여러분은 늦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전공을!! 당신의 오늘이 가장 젊은 날!!! 파이팅"
서현진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한 말이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넘어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끝에 '대박'의 기회를 잡았다.
대중이 TV에서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는 건 지난 2016년 tvN '또 오해영'을 통해서다. 사실 이전에도 조연으로 모습을 비춰오며 '대박 조짐'을 보여왔던 그지만, '또 오해영'을 만나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다.
데뷔 후 그럴듯한 성과가 없자 서현진은 어머니에게 "안되는 데 이유가 있지 않겠니?"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그냥 했다. 꺾였지만 그냥 했다. 그날부로 2주 만에 집을 나와 독립을 했다. 부모님의 말을 듣고 발밑이 흔들렸다고 했다. 당시를 어두운 터널이라고 회상한 서현진은 김아중, 최강희가 고사한 드라마 '또 오해영'을 만나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엇갈린 운빨 캐스팅'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해당 캐스팅 비화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예쁜 오해영' 옆에서 평범하디 평범한 '그냥 오해영', '흙해영' 캐릭터를 맡아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고히 찍었다. 여배우로서는 소화하기 힘든 망가짐을 불사, 술주정 연기에 무반주 막춤까지.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다섯 번 울리고 받으려고 했는데 세 번 만에 받았어. 나는 너무 쉬워 그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서현진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범한 오해영'을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오해영으로 소화해 내며 신드롬급 인기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기를 즐기지 못했다.
"그때 하나도 못 즐겼다. 오래 힘들다가 잘 된 건데 왜 즐기지 못하냐고 하더라. '오해영'이 잘되고 나서 너무 불안했다. 난 계속 꾸준히 열심히 해서 이 작품은 하던 대로 한 건데 갑자기 잘한다고 하는 거다. 언제든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겠네 싶었다.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주위에서 하는 칭찬도 인사치레라고 생각한 게 꽤 오래갔다."
그도 그럴 것이 '또 오해영'을 만나기까지 15년이다. 말이 15년이지, 한 아이가 태어나 중학교 2학년이 될 시간이다. 그가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뒤 그의 영상 댓글에는 "걸그룹 '밀크'때부터 지켜봤다. 잘 돼서 너무 좋다"는 반응이 종종 보인다. '또 오해영' 이전 작품들도 서현진이 유명해진 뒤 재조명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에게 '대박 조짐'은 여러 번 있었지만 포텐을 터뜨리지 못했다. 2001년 제 2의 S.E.S라는 수식어를 달고 SM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다. 인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년만에 그룹이 공중분해가 되었고 2005년부터 배우로 전향했다.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도 연기학원에서 조교 역할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006년 '황진이', '히트', '짝패', '절정', '신들의 만찬', '마의', '오자룡이 간다', '불의여신 정이', '삼총사', '제왕의 딸 수백향', '식샤를 합시다2'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특히 '신들의 만찬', '오자룡이 간다',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신들의 만찬'에서는 성유리의 라이벌 하인주 역할을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지적이고 천사같은 이미지를 가진 진태현의 아내 나진주 역할로 열연했다.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서는 단아한 이미지를 깨고 복스러운 먹방을 선보이며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를 펼쳤다.
서현진, 이진욱이 출연했던 2014년 작품 '삼총사'는 최근에도 유튜브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귀여운 세자빈, 강빈 역할을 맡은 서현진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이렇듯 터뜨릴 듯 말듯, 조연 주연을 넘나들던 서현진은 '또 오해영' 이후 주연으로서 넓은 스펙트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 오해영' 이후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사랑의 온도', '뷰티 인사이드', '블랙독', '청춘기록', '너는 나의 봄', '왜 오재수인가', '트렁크'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4살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해 엘리트 코스인 국악중, 국악고를 진학했으나 누군가 점지라도 해준 듯 운명에 이끌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들어가 걸그룹이 됐고, 긴긴 무명생활을 견뎠다. 특유의 정확한 딕션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부터 의사, 톱스타 여배우, 교사, 결혼이 직업인 상처많은 캐릭터까지.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내공을 쌓았다.
"상처를 보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상처다!'하고 들여다본다고 하더라. 나를 딱 표현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제가 자꾸 상처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같다. 어떤 대본을 읽으면 그 캐릭터의 상처부터 보인다. 오만일 수 있는데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많이 받아봤어 상처'. 그런 데에 자꾸 연민이 가고 애정이 가서 그런 캐릭터를 자꾸하게 된다."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감독님이 '평범한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 스페셜하다'고 하더라. 그 표현이 너무 좋았다. 평범한 게 어디 있어, 다들 멀리서 보니까 평범해 보이는 거지, 연기도 그렇게 하고 싶다."
평범함 속에 특별함, 특별함 속에 평범함으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법한 아픔을 솔직하게 그려내며 대중에게 응원을 건네고 있다.
사진=각 계정, 각 방송사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