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넷플릭스(Netflix) 시리즈 '트렁크'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다.
'트렁크'가 공개 2주차 4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 (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이집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41개국 TOP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렁크'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사랑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녹여내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김규태 감독은 과하지 않지만 과감한 콘셉트와 스타일을 구축하는 동시에 미장센과 사운드의 연출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낯설고 불편한데 묘하게 끌리는, 이중성과 모호함을 의도했다"라며 "극 중 한정원(공유 분)의 집을 보면 나선형의 계단, 벽과 기둥의 형태에 곡선이 강조돼 있다. 보통 곡선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한정원의 집 세트에서는 ‘차가운 곡선’이라는 불균형적인 이미지를 구상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성에 갇힌 듯한 한정원의 공간에서 샹들리에는 가장 중요한 오브제 중 하나다.
김 감독은 "언뜻 화려해 보이지만 얽매고 억누르는 위압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한정원에게는 감시, 지배, 폭력 등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기 때문에 그런 심리 상태를 반영해야 했다. 그래서 형태와 질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또 노인지(서현진)와 이서연(정윤하)의 트렁크에 대해서는 "인지에게 결혼은 가벼운 짐, 서연에게 결혼은 무거운 짐이었던 것 같다"라고 해석하며 "트렁크는 디자인부터 제작 단계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이라는 설정이 납득될 만한 모양과 패턴을 고심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특히 한정원의 두 아내 노인지와 이서연의 캐릭터에 색상을 부여한 점도 흥미롭다.
"의도적으로 컬러를 배치했다. 인지는 레드(Red), 서연은 블루(Blue)로 설정했다. 배우들의 의상, 소품 등에서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는 김규태 감독의 말처럼 '트렁크' 공개 직후 시청자들은 노인지의 붉은색 코트와 트렁크, 이서연의 푸른빛 펜던트 목걸이 등을 발견하며 그 의미와 상징을 추측하기도 했다.
'트렁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끈 음악과 음향의 힘도 컸다.
김규태 감독은 미스터리와 멜로를 모두 아우르는 기묘함과 관능성을 추구했다며 "정원의 트라우마를 표현할 때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긁는 소리를 사용했다. 또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장면에서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템포감 있는 음악을 일관성 있게 배치해 의도적으로 시제 변화를 시청자들이 알아채도록 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트렁크'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 = 넷플릭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