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오른쪽) IBK기업은행 감독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마친 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이 2시간 18분이 넘는 혈투를 펼쳤다. 박진감 넘쳤던 경기력과 별개로 사령탑들의 기싸움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1-25 22-25 25-20 25-16 15-9)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12승 무패, 승점 34점을 기록하면서 2위 현대건설(9승 3패, 승점 27)을 승점 7점 차로 따돌렸다. 1, 2라운드 전승과 함께 선두 수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흥국생명은 '배구여제' 김연경이 팀 내 최다 28득점을 폭발시키면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견인했다. 공격 성공률 67.57%의 괴력을 뽐내고 IBK기업은행을 무너뜨렸다.
김연경은 특히 승부처였던 5세트 5득점, 공격 성공률 66.67%로 코트를 지배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앞세워 1~2세트를 먼저 뺏기고도 3~5세트를 내리 따내는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경기 중에는 양 팀 사령탑들이 언쟁을 벌이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IBK기업은행이 9-7로 앞선 2세트 중반 흥국생명 정윤주가 오버네트 판정을 받자 아본단자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자 심판진에게 격렬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다.
양 팀 팬들이 서로 각자의 응원팀 감독의 이름을 외치면서 코트 안 분위기가 다소 격앙되기도 했다. 다행히 추가적인 충돌 없이 게임이 진행됐고, 경기는 흥국생명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김호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아본단자 감독의 항의 과정에서 김호철 감독도 언성을 높였고 심판진은 김호철 감독에게 경고를 부여했다. 김호철 감독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재차 항의했고 아본단자 감독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경기가 5분 넘게 지연됐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아본단자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오해를 풀고자 했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 지도자 시절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보내 이탈리아어가 능숙하다. 아본단자 감독과 빠르게 앙금을 풀었다.
김호철 감독은 "나는 2세트 경고를 받는 상황 때 아본단자 감독에게 뭐라고 한 게 아니었다"며 "아본단자 감독 역시 자신이 심판진에게 상대 감독인 나에게 경고를 주라고 뭐라고 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 경기 중에는 충분히 감독끼리 뭐라고 얘기가 나올 수는 있다. 끝나면 다 없어진다.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 따로 김호철 감독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좋은 대화를 잘 나눴다"고 농담을 던진 뒤 "(김호철 감독이 이탈리아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했고 내 의사 표현을 쉽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