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배구 여제'가 또 한 번 게임을 지배했다.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이 여자프로배구 최강의 위용을 뽐내고 파죽의 12연승을 이어갔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1-25 22-25 25-20 25-16 15-9)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12승 무패, 승점 34점을 기록하면서 2위 현대건설(9승 3패, 승점 27)을 승점 7점 차로 따돌렸다. 1, 2라운드 전승과 함께 선두 수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김연경이 팀 내 최다 28득점을 폭발시키면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견인했다. 2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혈투는 김연경과 흥국생명에게 해피엔딩이었다. 투트쿠 22득점, 정윤주 15득점, 피치 10득점 등 주축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에이스 빅토리아가 양 팀 최다 31득점, 육서영이 13득점, 황민경이 10득점을 기록했지만 3세트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전패의 쓴맛을 봤다. 2연패로 고개를 숙였다.
IBK기업은행은 승점 1점을 추가, 시즌 8승 4패 승점 22점으로 4위 정관장(6승 6패, 승점 18)을 승점 4점 차로 앞선 데 만족해야 했다. 2위 현대건설(9승 3패, 승점 27)과 승점 차도 크게 좁히지 못했다.
▲12연승 노리는 흥국생명, 사령탑은 '기세'보다 몸 상태 우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광주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완승을 따냈다. 개막 연승 행진을 '11'까지 늘리면서 여자부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선수들이 최근 강행군으로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변수였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8일 GS칼텍스와 장충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이틀 휴식 후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과 맞붙었다. 광주 원정에서 돌아온 뒤 IBK기업은행전 준비 시간이 사흘밖에 없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전 "연승을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며 "팀에 피지컬적인 이슈가 있다. 원하는 방식대로 훈련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다. 일정이 타이트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겨서 승점을 쌓는 게 다음 게임을 대비하고 선수들 휴식을 부여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기록적인 부분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상태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6연승 마감 IBK기업은행, 분위기 반전 위한 승리 절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정관장과의 화성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7-25 13-25 14-25)으로 무릎을 꿇었다. 객관적인 전력과 최근 경기력을 놓고 볼 때 낙승이 예상됐지만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했다.
IBK기업은행은 정관장전 패배로 6연승을 마감했다. 시즌 8승 3패, 승점21점으로 2위 현대건설(9승 3패, 승점 27) 추격이 불발됐다. 1위 흥국생명(11승, 승점 32)과는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IBK기업은행은 일단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상대가 올 시즌 '무패' 행진을 자랑 중인 흥국생명이지만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게임 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호철 감독은 "(연승) 기록은 깨지려고 존재한다"며 "정관장전에서는 우리가 마가 낀 게임이었다. 잘 나가다 보면 한 번씩 이렇게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떻게 해도 안 풀리는 그런 게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가 정관장에게 패한 뒤 곧바로 1위 흥국생명, 2위 현대건설과 맞붙는다"며 "이 분위기를 조금 바꿔야 한다. 첫 고비가 왔는데 잘 극복하면 올해 목표로 설정했던 걸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도 내 말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선 제압 IBK, 흥국생명과 화력 싸움 안 밀렸다
기선을 제압한 건 IBK기업은행이었다. 빅토리아가 7득점, 황민경이 6득점으로 공격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미들 블로커 최정민이 4득점을 보태면서 공격이 쉽게 풀렸다.
IBK기업은행은 18-17로 앞선 1세트 후반 최정민의 오픈 성공에 이어 황민경이 오픈 성공, 퀵오픈 성공으로 2점을 따내면서 순식간에 21-17로 달아났다. 곧바로 흥국생명 김연경의 공격 범실로 한 점을 더 보태면서 22-17의 여유 있는 리드를 잡았다.
IBK기업은행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23-19에서 최정민의 속공 성공으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한 뒤 24-21에서 빅토리아의 오픈 성공으로 1세트를 따내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 주포 김연경과 투트쿠가 나란히 6득점으로 제 몫을 해줬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격 지원이 아쉬웠다. 여기에 리시브 불안까지 겹치면서 1세트를 IBK기업은행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2세트까지 삼킨 IBK, 승부처서 흥국생명 압도한 집중력
IBK기업은행은 2세트까지 삼켜냈다. 빅토리아가 2세트에만 공격 점유율 43.75%, 공격 효율 57.14%, 공격 성공률 71.43%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내면서 흥국생명을 무너뜨렸다.
국내 선수들도 힘을 냈다. 육서영과 황민경이 나란히 3득점, 이주아와 최정민이 2득점을 보태면서 승부처 때마다 흥국생명을 울릴 수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16-18로 끌려가던 2세트 후반 저력을 보여줬다. 빅토리아의 퀵오픈 성공에 이어 이주아의 속공 성공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어 빅토리아의 백어택 성공으로 스코어를 19-18로 뒤집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백어택 성공으로 빠르게 19-19 동점을 만들었지만 IBK기업은행도 강공으로 응수했다. 빅토리아의 백어택 성공과 이주아가 정윤주의 퀵오픈 공격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하며 21-19로 앞서갔다.
IBK기업은행은 22-20에서 빅토리아의 백어택 성공, 황민경의 퀵오픈 성공으로 1세트에 이어 또다시 세트 포인트 고지를 먼저 밟았다. 24-22에서 빅토리아의 오픈 성공으로 세트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투트쿠가 2세트 나란히 5득점으로 에이스들은 자기 역할을 해줬다. 김연경의 경우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1개 포함 공격 성공률 100%로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다.
▲'김연경 Time' 흥국생명, 벼랑 끝 벗어나 반격 성공
홈에서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던 흥국생명은 3세트 일단 반격에 성공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3세트 8득점, 공격 성공률 72.73%로 펄펄 날면서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 투트쿠도 4득점을 보태면서 공격의 기둥 역할을 해줬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20-19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던 3세트 후반 퀵오픈 성공, 오픈 성공으로 게임 주도권을 팀에 안겨줬다. IBK기업은행의 범실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한 뒤 빅토리아의 공격 범실로 한 점을 더 추가, 세트 스코어 2-1을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은 빅토리아가 3세트 7득점, 공격 점유율 50%, 공격 성공률 46.15%로 분전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주춤한 게 문제였다. 육서영의 4득점을 제외하면 3세트 국내 선수 중 누구도 득점이 없었다.
▲승부는 원점, 흥국생명의 무서운 뒷심...승부는 5세트로
흥국생명은 4세트 시작과 동시에 정윤주를 앞세워 3세트의 기세를 이어갔다. 정윤주의 연이은 공격 성공에 이은 투트쿠의 블로킹, IBK기업은행의 범실 등을 묶어 5-1 리드를 잡고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흥국생명은 잠시 7-5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피치의 속공 성공, 김연경의 퀵오픈 성공과 오픈 성공으로 다시 도망갔다. 11-5까지 점수 차를 벌리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흥국생명은 이후 꾸준히 4~5점 차 리드를 유지하면서 IBK기업은행의 추격을 따돌렸다. 오히려 15-10에서 정윤주의 오픈 성공, 투트쿠의 서브 에이스, 정윤주의 블로킹으로 18-10까지 점수 차를 벌리고 IBK기업은행의 반격 의지를 꺾어놨다.
IBK기업은행은 1, 2세트 매끄러웠던 공격이 범실 속출 속에 주춤했다. 힘없이 4세트를 뺏기면서 승부는 5세트로 이어졌다.
▲최후의 승자는 흥국생명, 주인공은 김연경
3, 4세트를 내리 뺏겼던 IBK기업은행은 5세트 초반 리드를 잡았다. 최정민의 속공 성공과 이주아가 투트쿠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저지하고 2-0으로 리드를 잡았다. 육서영이 랠리 상황에서 오픈 성공, 퀵오픈 성공으로 2점을 따내면서 4-1로 앞서갈 수 있었다.
흥국생명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5에서 정윤주의 퀵오픈 성공에 이어 투트쿠의 서브 에이스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해결사는 역시 김연경이었다. 5세트 막판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IBK기업은행이 잦은 범실로 무너지면서 마지막 순간 웃은 건 흥국생명이었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