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은 뒤 이런 일은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에서 4연패를 당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 최초의 기록이다. 리그 4연패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더불어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0월31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패배 이후 7경기 무승(1무 6패)에 빠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체스터 시티는 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코디 각포와 모하메드 살라에게 실점해 0-2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맨체스터 시티(승점 23)는 순식간에 리그 5위로 추락했다. 리그 2위 자리는 아스널(승점 25)이 차지했고, 첼시(승점 25)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승점 23)이 맨체스터 시티보다 높은 곳에 섰다. 맨체스터 시티는 6위 노팅엄 포레스트(승점 22)와 7위 토트넘, 그리고 8위 브렌트퍼드(이상 승점 20)와의 승점 차이도 크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 12분 만에 네덜란드 국가대표 공격수 각포에게 선제골을 얻어맞더니, 후반 33분에는 자신들을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집트의 '파라오' 살라에게 페널티킥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엘링 홀란, 필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 후벵 디아스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투입하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과의 승점 차가 11점으로 벌어지면서 이번 시즌 우승 경쟁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
지난 시즌 우승을 포함해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중이었지만, 최근 부진으로 인해 사실상 우승 가능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우승 청부사로 이름을 날린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축구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맨체스터 시티에 부임한 이후에도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를 비롯해 2022-23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FA컵까지 제패하면서 트레블을 달성했던 그다.
하지만 최근 7경기에서 1무 6패를 거두는 데 그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것처럼 느껴졌던 펩시티도 무너졌다. 핵심 미드필더인 케빈 더브라위너와 로드리가 연달아 부상을 당해 전력에 구멍이 난 게 주된 이유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자신의 커리어에서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리버풀전을 앞두고 "이제는 내가 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평, 비난, 지적하지 않는다.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생각도 없다. 모든 책임이 내 어깨에 있다. 내가 책임지고 싶다"며 지금 상황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결국 리버풀전에서도 반등에 실패했다. 리버풀의 홈 팬들은 한때 자신들과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쟁했던 상대팀의 사령탑에게 조롱을 퍼부었다. 당장 내일 아침에 그가 경질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리버풀 팬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해 "아침에 경질될 거야"라는 내용의 응원가를 불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에 손가락으로 숫자 '6'을 만들어 리버풀 팬들에게 보였는데, 현지에서는 이것이 자신이 맨체스터 시티에서 차지한 프리미어리그 우승 횟수를 의미한다고 해석 중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정신은 완전히 나가 있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홈에서 열린 황인범의 소속팀 페예노르트(네덜란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3-0까지 차이를 벌렸지만 이후 내리 세 골을 실점해 3-3으로 비겼다.
맨체스터 시티가 페예노르트전에서 승리했다면 5연패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었지만 무승부에 그치면서 결국 6경기 무승 기록을 이어갔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얼굴과 머리에 긁힌 듯한 상처가 났었는데, 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페예노르트전 경기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자신의 얼굴과 머리를 긁어 생긴 상처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해하고 싶었다. 내 손가락과 손톱으로 말이다"라며 스스로 본인의 얼굴과 머리를 긁어서 낸 상처라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자해를 하는 정도의 상태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는 리버풀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아마 리버풀 팬들이 옳을 수도 있다"며 "난 최근 결과 때문에 경질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필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또 "괜찮다. 이것은 경기의 일부다. 나는 그런 것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서 "우리는 함께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싸움을 했다"고 덧붙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오는 5일 노팅엄 포레스트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여기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맨체스터 시티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황은 더더욱 악화될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하면 노팅엄 포레스트는 약한 축에 속하지만, 노팅엄 포레스트는 이번 시즌 베테랑 공격수 크리스 우드(9골)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6위를 달리는 중이다. 만약 맨체스터 시티가 노팅엄 포레스트에 패배할 경우 순위는 더욱 내려가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