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환 기자) 이제는 대구의 왕을 넘어 대구의 '신(神)'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대구FC의 '리빙 레전드' 세징야가 강등 위기에 몰린 대구를 벼랑 끝에서 '구원'했다.
대구FC는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의 '2024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세드가' 듀오 세징야와 에드가의 연속골, 그리고 연장전 전반 터진 이찬동의 득점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로 내몰렸던 대구는 앞서 지난달 28일 중립 구장인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4로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충남아산을 홈으로 불러들여 난타전 끝에 합산 스코어를 6-5로 뒤집으면서 잔류에 성공했다.
창단 최초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간 대구가 전반전에만 세 골을 실점하고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세징야의 공이 컸다. 대구는 지난달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 당시 3점 차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세징야의 멀티골에 힘입어 합산 스코어를 3-4까지 좁힌 채 충남아산을 '대팍'으로 불러들였다.
대구가 합산 점수를 뒤집으려면 두 골,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려면 적어도 한 골이 필요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다진 박창현 감독은 "이기면 역사가 이어질 것"이라며 "1차전 막바지에 세징야가 운이 좋게 넣었지만, 그 운이 오늘 대구까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찍 득점이 터지면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초반에 득점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충남아산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김현석 감독의 충남아산은 합산 스코어에서 1점 차로 앞서고 있음에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선봉장 주닝요를 비롯해 1차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박대훈, 그리고 강민규로 구성된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펼쳐 맞불을 놓았다.
전반전 정규시간 45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던 대구의 기적은 '대구의 왕' 세징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전 내내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충남아산 수비를 괴롭혔던 세징야가 마침내 골문을 열었다.
5분이 주어진 전반전 추가시간 막바지 에드가가 내준 패스를 충남아산 수비수 김희원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자 세징야가 이를 낚아챘다. 신송훈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세징야의 마무리는 침착했다. 전반 추가시간이 막 끝난 50분에 정확히 득점에 성공한 세징야는 대구 팬들 앞으로 달려가 포효했고, 대구 팬들은 '대구의 신'에게 환호를 쏟아냈다.
후반전에는 에드가가 빛났다. 에드가는 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용래가 시도한 슈팅을 방향만 바꾸는 뒷발 슈팅으로 연결해 충남아산 골망을 흔들었다.
대구는 후반전 막바지 에드가가 내준 페널티킥으로 인해 주닝요에게 실점한 탓에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합산 스코어 리드를 다시 가져오는 연장전 전반 터진 이찬동의 골로 결국 극적 잔류에 성공했다.
세징야가 만든 기적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 멀티골로 희망의 불씨를 지핀 세징야는 홈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구는 세징야의 선제 득점 덕에 잔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후 에드가와 이찬동의 득점에 힘입어 잔류라는 목표를 이뤘다.
이제는 대구의 왕이 아닌 '대구의 신'으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외인임에도 대구의 K리그1 승격부터 FA컵(현 코리아컵) 우승, 최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모두 함께했던 세징야는 이제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을 구해내며 다시 한번 대구의 역사를 썼다.
박창현 감독은 잔류 확정 뒤 내년에도 세징야와 동행하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