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올림픽공원, 김환 기자)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리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대회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가 추락하고 있다는 일갈과 함께 한국 축구의 추락을 막고 다시 살리기 위해 큰 결심을 내렸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선거일은 내년 1월 8일이다.
허 감독은 "흔들리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모두가 대한축구협회 환골탈태를 바라면서도 거대한 장벽 앞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갈등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한없이 괴롭고 부끄러워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 앞서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면서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도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지적했다.
또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무엇보다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 한없이 괴로웠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께 죄송하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축구인을 대표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이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현재의 위기와 실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해결방안 및 공약으로 ▲동행 ▲공정 ▲균형 ▲투명 ▲육성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동행'에 대해서는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수행하겠다. 그리고 팬들의 참여를 보장할 조직과 문화를 만들겠다"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팬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공정'을 두고는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이라며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 선발, 선수 선발, 각종 계약 체결 등은 해당분야 전문가 구성된 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국제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새로운 축구 행정 리더로 양성해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했다.
'균형'에 관해서는 "지역협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면서 "17개 시도협회에 책임과 권한을 돌려줘 지역협회 스스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재정자립 방안 마련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투명'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지도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선수 육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연령별 지도자를 육성하고, 그 속에서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를 능력에 따라 체계적으로 선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지도자와 심판들의 처우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면서 "정부 관련부처, 금융기관 등과 협의하여 축구인복지조합을 설립하고 축구인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육성'은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이라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달렸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에 따라 선수 육성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해외거점 설립을 추진하겠다. 뜨거운 관심과 높아진 여자스포츠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여자축구리그를 활성화하고 여자축구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유소년 축구와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허 감독은 모두발언 마지막엔 "제가 가려는 이 길은 분명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거대한 장벽도 있습니다"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기로 했다.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개혁하고,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겠다"며 "이제는 (월드컵) 16강이 아닌 8강, 4강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게 내 꿈이다. 많이 도와주고, 응원해달라"라고 했다.
다음은 허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 이사장, 감독 등 다양한 직함을 보유했는데, 후보자라는 호칭은 이번이 몇 번째인가.
돌아보면 1998년에 있었던 대표팀 감독 경선을 통해 해 본 경험이 있지만 선거는 처음이다. 당시 감사하게도 제가 영예를 안게 되었다. 2002 월드컵을 목표로 했지만 시드니 올림픽과 아시안컵을 끝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 오셔서 4강 신화를 이뤄냈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세워서 위안이 된다.
-선거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사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약 10여일 전으로 생각한다. 매스컴에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봤고, 누군가는 축구인들을 대변해 축구를 위한 장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
-대한축구협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많았다. 최근 2~3년 내 사면 파동이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현 감독 선임 문제 등이 불거졌다. 그 문제점들의 단추는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인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감독 선임 등이 협회장만의 결정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의 부재다. 시스템이 제대로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협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그런 협회가 되어야 한다.
-'유쾌한 도전'을 슬로건으로 결정한 이유는.
긴장해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눈치를 보고, 몸이 굳어 있으면 경기장에서도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분위기가 밝아야 한다. 지금도 협회를 보면 밝은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이뤄내려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밝고 유쾌하고 도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했다.
-축구인들이 세대나 이념으로 나뉘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봉합시킬 생각인지.
서두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축구인들이 함께 해야 한다. 물론 의견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뛰겠다. 많은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화합을 위해 내가 모든 걸 내려놓겠다.
축구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 간담회나 세미나처럼 행사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대의를 위해 하겠다. 다른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고 본인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힘을 합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이런 것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노력하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는.
나는 권위적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권위적인 것보다 내려놓고 내가 발로 뛰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있던 곳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의 관계를 보면 내려놓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내 의견과 고집을 내세우는 것보다 듣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도전장을 내민 셈인데, 이 자리에 서기까지 외부의 압박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많았다. 지금도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면에서 두려움이 없다. 도전하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도전할 것이다. 어떤 이야기도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당선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급박하게 준비하느라 캠프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 선거 전략을 생각할 예정이다. 다만 축구인으로서 축구인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한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고 힘을 쏟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나는 실제로 징검다리라고 생각한다. 내 후진들, 똑똑하고 해외 경험도 있는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앞으로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정몽규 회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데 현 집행부와 비교했을 때 후보자가 가진 강점은.
장점이라면 나는 현장을 안다. 지금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팀까지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과 밑바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내 장점이다. 이런 바탕에서 우리 축구인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내가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이자 장점이다.
-여자축구연맹이 리그 운영을 포기했는데 바람직한 운영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알기로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흡하다. 자체 스폰서로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북한 축구는 17세 이하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반면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멈췄다. 리그가 중단되면 여자축구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파주트레이닝센터를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 한국 축구의 요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축구가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기도 좋고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방향을 생각할 것이다.
-파주축구센터를 다시 살린다는 이야기인가.
여지는 충분하다. 파주시에서 계약이 만료된 후에 입찰을 부쳤는데 몇 차례 유찰된 것으로 안다. 그곳은 사실 내가 대표팀 감독을 할 때,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직접 찾아가 만든 곳이다. 당시 즉석에서 확답을 받았다. 내가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파주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나. 천안축구센터가 진행 중이지만 투 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파주를 사용하겠다는 기업이나 단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파주축구센터의 명분은 충분하다. 항상 아쉽게 생각하고, 파주축구센터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축구협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천안축구센터인데, 예산 확보 및 현재 계획을 변경할 생각이 있나.
민감한 질문이다. 이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천안축구센터 수준의 규모를 만드는 건 자랑스럽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지금 진행 중이고, 내가 직접 관여하는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분석을 한 뒤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기업이 참여하는 기회도 생길 것이다.
재원 마련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 천안축구센터를 급박하게 추진해서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런 분석 없이 이야기하는 건 성급한 대답인 것 같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비즈니스맨이 되더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겠다.
-대기업 총수인 현 협회장도 어려워하는데 방법이 있을까.
지금까지 대기업 총수들이 협회장을 하시면서 어느 정도 기부도 하시고, 찬조도 하셨다. 하지만 대규모의 자금을 선뜻 낸 적은 없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축구인으로서 축구센터가 생기기 전 2001년 용인축구센터를 건립했다. 국가의 보조금 없이 용인시 자체 예산 310억을 들여 건설한 경험이 있다. 국회도 찾아다니고, 시에서 브리핑도 하고, 시의원과 직원들을 설득해서 용인축구센터를 만들었다.
파주도 마찬가지다. 자랑은 아니지만 발로 뛴 경험이 있다. 지금도 천안시, 문체부, 혹은 관련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좋은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협회가 자립할 기반은 정몽규 회장이 만들었지만 이대로 간다면 협회는 빚더미에 앉게 된다. 투명한 운영이 필요한 때다.
야구를 예로 들겠다. 허구연 총재가 취임하신 이후 야구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분이 기업의 총수는 아니다. 나도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 않게 해낼 자신도 있다. 발로 뛰면서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다.
-축구 행정을 경험하면서 정몽규 회장을 봤을 때 느낀 점과 최근 정 회장이 왜 변했다고 생각하나.
브라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에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물러난 기억이 있다. 정몽규 회장은 착실하고, 성실하신, 존경스러운 분이다. 최근 들어 행정상의 난맥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미워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협회에 있는 기간 동안 '의사결정 자체가 상당히 잘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안건이 올라왔을 때 담당부서에서 의견이 조율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은 상당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현 축구협회의 정책을 재검토할 생각이 있나.
K리그 1부리그에서 7부리그까지 합쳐지는 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파주트레이닝센터는 우리의 재산이자 축구인들의 터전이다. 우리가 귀중하게 쓴 곳이다. 설사 천안축구센터가 건립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용을 중단하는 건 너무 아깝다. 천안축구센터는 서서히 슬로우 스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급하게 추진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잘된 것은 계속 추진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나. 당선 이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면서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금 현 집행부에서 결정하고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아주 중요한 시기지 않나. 나는 아직 후보자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감독으로 계속 가야한다, 혹은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어렵다. 나에게 상황이 온다면 분명하게 의견을 밝히겠다.
전력강화위원회나 기술위원회가 있다. 그런 위원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협회장이 감독을 선임 및 해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위원회라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있다면 각종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라거나 A대표팀 감독, 여자 대표팀 감독 선임을 하루아침에 결정할 게 아니라 지금 감독 계약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독 후보들을 리스트 업을 해서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이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하느라 이렇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원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충분히 증명해야 한다.
-해외 자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시급하다. 일본은 이미 뒤셀도르프(독일)에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우리도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유스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해외, 특히 유럽에 굉장히 많이 있다. 하지만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선수들이 현재 해외에서 눈에 띄게 많이 활동하고 있다.
또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거점지를 중심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해외 진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직원들도 선진 축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적인 의미도 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어야 한다. 국내 선수들도 무작정 해외로 떠나는 것보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위해서 해외 거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반드시 추진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다.
독일이나 벨기에 쪽도 가능하지만, 춥다는 단점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랑스 남쪽 보르도와 바르셀로나 사이, 혹은 스페인 북부 빌바오 쪽이나 남쪽의 말라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는 차후에 신중한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은 많이 들겠지만 재정적 부담을 최대한 줄인다면 못할 일은 없다.
-젊은 축구인들, 특히 박지성이나 이영표처럼 전에 협회에 잠시 있었던 인물들을 다시 참여시킬 생각이 있을까.
생각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있지 않아서 떠난 거라고 알고 있다. 그런 젊고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복안이 있다면.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등은 현재 바쁘다. 협회에 와서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들러리가 아니라 실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다. 팬들이 A매치를 하면 표를 못 구해서 난리다. 반면 국내 경기들은 자리가 빌 때가 많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할까 생각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팬들이 축구와 관련된 것들에 참여할 경우 마일리지로 적립돼 혜택을 줄 생각이다. A매치를 할 때 우선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특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맞춰 응원단 참가 기회도 이를 통해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추진할 생각이다.
-줄탁동시에 대한 설명은.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만 해서는 안 된다. 양쪽에서 서로 힘을 합쳐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마지막 각오는.
박지성 선수 발탁했을 때 '바둑을 두면서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다 감수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을 할 때도 소문은 많이 들었다.
만약 협회장이 된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고,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 것이다. 바꿀 것은 바꾸고 키울 것은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 대한민국 축구다운 축구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월드컵 16강이 아닌 8강, 4강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 많은 지원 부탁드린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