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연임 도전 길 열렸다…스포츠공정위 '승인'→문체부와 법정 다툼도 예고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직무 정지를 통보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3연임 도전의 길을 열어준 가운데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육계에 따르면 이기흥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날 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통보받자마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기흥 회장 등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 이기흥 회장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날 오후 늦게 전격적으로 이기흥 회장에게 직무 정지 사실을 알렸다.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기흥 회장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기흥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기흥 회장은 즉각 반발했다. 문체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카누연맹 회장,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대한체육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10월 5일 치러진 선거에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친 4년 임기의 첫 통합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됐다. 이어 2021년 1월 강신욱, 이종걸 후보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기흥 회장은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두고 3선 도전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기흥 회장과 각을 세우면서 3연임을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체육계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한체육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수차례 밝혀왔다. 

이 가운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기흥 회장의 연임 도전을 승인할지 심의에 나섰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세 번째 연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규정에 따라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3명 이내, 위원 15명 이하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징계를 제외한 안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이기흥 회장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14일 열릴 예정인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기흥 회장은 당초 지난 11일 열린 국회 문체위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 참석 등 국외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기흥 회장은 오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및 대한체육회장 3연임 도전 의사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내부에서도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위원장 김성하) 소속 노조원 40여 명은 12일 공정위 회의를 앞둔 대회의실 앞에서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조원들은 아울러 각종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를 받은 이기흥 회장의 퇴진도 요구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