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네덜란드에서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A매치 브레이크 직전 시즌 2호골을 넣으며 쾌조의 상승세를 알린 가운데, 무엇보다 그의 활동량이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에서도 최상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의 체력과 헌신이 여러 팀을 다니면서도 곧잘 연착륙하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황인범은 10일 네덜란드 알메러의 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1부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분 만에 페예노르트의 선제골을 넣었다.
이날도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황인범은 왼쪽에서 이고르 파이샹이 넘겨준 낮은 크로스 때 문전으로 쇄도하다가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골망을 출렁였다.
크로스의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발이나 머리로 갖다 대는 게 쉽지 않았으나 황인범은 과감하게 몸을 날려 골로 완성했다.
황인범의 이번 시즌 2호골이다. 지난 시즌 동유럽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에서 활약했던 황인범은 네덜란드 두 명문인 아약스와 페예노르트 러브콜을 동시에 받은 뒤 결국 페예노르트 입단을 선택했다.
오자마자 가치를 인정받아 주전을 꿰찼고,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달리 선수들에게 손가락 지시 등을 하는 등 리더의 자질이 보인다"는 극찬을 받았다.
9월 페예노르트 이달의 선수였던 황인범은 지난달 에레디비시 이달의 팀으로 선정되면서 리그 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황인범을 4-4-2 전형에서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로 선정한 에레디비시 사무국에 따르면 황인범은 10월에 출전한 4경기에서 기회 창출 11회, 리커버리 27회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트벤테와의 8라운드 홈 경기(2-1 페예노르트 승)에서 페예노르트 데뷔골을 넣어 득점에도 능한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황인범은 리그 5경기 만에 넣은 2호골을 넣으며 서유럽 첫 팀에서 자신의 성공시대를 알렸다.
황인범은 올 시즌 페예노르트로 이적한 뒤 리그에서만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앞서 세르비아 리그의 즈베즈다에서 올린 공격 포인트까지 더하면 2골 6도움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선 황인범의 골을 시작으로 전반 10분까지 양 팀이 총 3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펼쳐졌다.
전반 9분 페예노르트 센터백 게르노트 트라우너의 백패스 실수가 알메러 공격수 코르넬리우스 한센에게 배달됐고, 한센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동점 골을 뽑았다. 페예노르트는 불과 1분 뒤 절묘한 세트피스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내며 다시 앞서나갔다.
득점한 뒤에도 상대 위험지역에서 위협적으로 움직이던 황인범은 집중 견제를 받았다. 전반 15분엔 알메러 센터백 제임스 로런스의 깊은 백태클이 황인범의 오른 발목을 가격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다행히 황인범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다가 후반 16분 교체됐다.
페예노르트는 후반 25분 토마스 베일런, 33분 하지 무사의 연속골로 4-1 완승을 굳혔다. 아약스전 0-2 패배 뒤 2연승을 달린 페예노르트는 4위(승점 25)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뒤엔 황인범은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번 시즌 전체 선수들 중 활동량 4위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UEFA 홈페이지에 따르면 황인범은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 총 4만7800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컬럼 맥그리거(셀틱·5만500m), 요주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4만9700m), 에데르송(아탈란타·4만8400m)에 이은 전체 4위다.
황인범은 강철 체력을 중심으로 다부지게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는 활동량 무기 삼아 유럽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페예노르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황인범의 모습은 2003~2005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며 한국 축구 성공시대를 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박지성과 닮았다.
박지성 유럽 최고 수준의 활동량을 바탕 삼아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발군의 활약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에 올 때 "박지성 선배 같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입단 초기부터 이를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런 황인범을 위해 페예노르트 팬들이 이색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사실도 알메러전을 통해 드러났다.
페예노르트 소식에 정통한 네덜란드 매체 '1908.NL'은 "오늘 알메러에서 아름다운 새 노래가 울려 퍼졌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팬들로부터 선수로서 자신의 응원가를 선물받았다"며 황인범의 새 응원가를 주목했다.
가사가 독특하다. 황인범의 응원가에 북한 김정은의 이름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매체에 따르면 페예노르트 팬들이 만든 황인범의 응원가 내용은 "황인범은 우리의 한국인, 아무도 더 이상 그를 이길 수 없다! 김정은도 마찬가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황인범, 페예노르트를 챔피언으로 만드는 선수"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됐다.
황인범은 이미 김정은과 인연(?)은 맺은 적이 있다.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던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방송사 '아레나 스포츠'의 해설위원이자 방송 패널이었던 네나드 예스트로비치가 황인범을 두고 "김정은"이라고 호칭해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진행자가 "황, 황"이라며 정정했지만 해당 내용은 TV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세르비아에 전달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사진=페예노르트 구단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