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10.03 13:34 / 기사수정 2011.10.03 13:34
[revival] 고참들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잠실구장이었습니다.
2일 잠실 두산-LG전. 7회말 10-1로 앞선 두산 공격. 2사 후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볼 카운트 0-1에서 LG 투수 유원상이 던진 공은 오재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전 타석에서도 비슷한 코스의 공에 놀랐던 오재원으로서는 놀랄 법도 했습니다. 놀란 오재원은 격분한 나머지 욕설을 하며 유원상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1루수 이택근이 즉각 달려와 오재원을 밀쳤고, 이에 양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약 7분간 중단됐습니다.
벤치클리어링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심지어 가끔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은 관중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죠. 과한 몸싸움만 없다면 어느 정도는 오락적인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이날도 이택근이 오재원을 밀친 이후 대다수 선수는 서로 우루루 몰려나왔지만, 큰 물리적 충돌없이 서로 격앙된 자신의 팀 선수들을 말리는 데 집중하는 노련한(?)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팬들과 필자의 눈을 찌푸리게 한 건 오재원과 이택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흥분하는 후배들을 말려야 할 팀 최고참 이병규와 김동주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히려 더욱 큰 분란을 일으켰죠. 두 선수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 나머지 오히려 양팀 코치들과 후배들이 두 최고참을 말려야 했습니다. 아주 보기 흉했습니다.
최고참도 사람입니다. 혹여 벤치클리어링 과정 속에서 언짢은 말을 듣는다면 소위 말해 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색이 최고참이라면 혼란스러운 과정을 앞장서서 정리 정돈하고 양팀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해야 맏형답지 않을까요. 맏형이 흥분하면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덩달아 격앙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한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일단 상황을 앞장서서 정리한 다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해와 앙금을 푸는 게 훨씬 보기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벤치클리어링 후반부만 본 사람들이라면, 김동주와 이병규가 서로 빈볼을 주고받았는지 알았을 것입니다.
이제 양팀의 이날 행동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가장 최근에 기억이 남았던 2007년 5월 4일 당시 봉중근과 안경현의 감정싸움 및 벤치클리어링 때는 당사자끼리 다음날 곧바로 화해를 한 데 이어 양팀 고참도 더 이상의 감정이 악화되지 않게 선수단을 잘 통제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날 과연 오재원과 유원상은 쿨하게 화해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양팀의 최고참 김동주와 이병규는 최고참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품위에 맞는 언행을 할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사진=김동주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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