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발빠르게 에릭 텐 하흐 감독의 후임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영국 BBC가 30일(한국시간) 스포르팅 리스본이 맨유의 후벵 아모림 감독에게 있는 바이아웃 금액 1000만 유로(약 150억원) 지불 의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스포르팅은 포르투갈의 금융감독위원회 역할을 하는 '안전시장위원회'에 발표한 성명에서 "맨유가 아모림 감독 선임 의향을 표현했고 그들이 이미 1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금액을 낼 의사가 있다고 알려왔다"라고 전했다.
아모림은 지난 29일 진행된 나시오날과의 2024-2025시즌 포르투갈 리그컵 8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맨유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엔 약간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맨유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선택이다"라고 했다. 스포르팅 선수들과 대화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스포르팅 구단)성명서가 발표되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부 설명했다. 더 이상은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3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에스타디우 조세 알바라데에서 열린 나시오날과의 경기에 등장한 아모림에게 스포르팅 팬들은 엄청난 박수로 그를 맞이하며 작별을 직감하는 모습이었다.
아모림은 현재 스포르팅과 2026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어 이적료 형태로 맨유가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계약에 있는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한다면 해결될 일이다. 맨유에게 1000만 유로는 큰 돈이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아모림을 데려갈 수 있는 위약금 1000만 유로는 모든 구단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맨유 등 7개 구단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르팅은 라이벌 구단이 아닌, 보다 체급이 좋은 명문 구단으로 아모림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실제로 다가왔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인 파브리치오 로마노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아모림의 소식을 전하면서 "맨유가 1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해 아모림을 새 감독으로 선임할 것"이라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히어 위 고(Here we go)를 띄웠다.
그는 "스포르팅이 맨유로부터 아모림 선임을 위한 공식적인 소통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아모림은 이미 맨유에게 그들의 제안과 프로젝트에 '예스'를 전했다"고 했다.
이어 "맨유는 이미 아모림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스포르팅과 맨유는 여전히 공식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맨유는 29일 텐 하흐와 결별했다. 지난 2022년 4월 중도에 부임함 텐 하흐는 2022-2023시즌부터 맨유를 본격적으로 지휘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아약스에서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에 맨유에서 기대감도 컸다.
첫 시즌에 리그 3위를 차지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되찾아와 텐 하흐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든 산초와의 불화, 1조원이 넘는 방대한 이적시장 지원에도 선수단 보강 실패 등 선수단 관리 및 운영에서 낙제점을 받으면서 텐 하흐의 민심은 돌아섰다.
더욱이 2023-2024시즌 리그 8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텐 하흐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감독으로 전락했다. 맨유는 특히 골득실이 -1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맞이하며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 때문에 텐 하흐는 지난 시즌 말미부터 경질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FA컵을 들어 올려 구사일생했다. 지난 1월 구단 지분 인수를 완료해 축구단 운영권을 얻은 짐 랫클리프 경은 텐 하흐 유임을 결정했고 심지어 2년 재계약을 맺으며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텐 하흐의 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적시장 보강에도 불구하고 맨유의 공수 밸런스는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맨유는 14위(승점 11, 골득실 -3)로 역대 최악의 시즌을 경신하고 있다. 9경기에서의 경기당 승점이 1점을 간신히 넘는다.
텐 하흐는 지난 27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28일 오전 맨유 캐링턴 훈련장에 출근했고 오마르 베라다 CEO, 댄 애시워스 스포츠 디렉터와의 오전 미팅에서 경질을 통보받고 그대로 짐을 싸서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했다.
앞서 텐 하흐의 대체자들을 미리 물밑에서 접촉했던 맨유는 아모림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포르투갈 매체 아볼라는 "맨유가 이미 텐하흐를 경질하고 새 감독 협상을 이미 시작했다. 그들은 아모림에게 최대 800만 유로(약 119억원)에 3년 계약을 제시했다. 스포르팅은 바이아웃 금액을 받아야만 그를 놓아줄 수 있고 이미 주앙 페레이라 코치를 대체자로 선택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포르팅은 28일 오전 맨유의 텐 하흐 경질 소식을 들었고 오후 늦게 맨유가 이미 아모림과 협상하고 있다는 걸 들었다. 맨유는 아모림을 선임하길 원한다. 스포르팅 수뇌부는 바이아웃 금액을 받길 원하고 맨유도 낼 의지가 있다. 곧바로 떠나려는 시나리오는 아주 진지하며 스포르팅은 이미 대체자로 주앙 페레이라가 있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시간 문제"라며 "텐 하흐의 맨유 결별은 예정된 발표였고 28일 오전에 오피셜이 떴다. 뤼트 판 니스텔루이가 임시 감독직을 맡는다. 이 선택은 선수단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판니스텔루이는 이미 드레싱룸에서 브루누 페르난데스, 디오구 달롯 등에게 존중받는 사람이었지만, 임시 감독일 뿐이다. 중단기적인 관점일 뿐이며 절대적인 선택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아모림의 가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맨유는 이미 아모림 대리인과 연락을 시작했다. 감독의 선택이 최우선 순위다.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이네오스 이사와 감독 측 대리인의 미팅이 이미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아모림을 위르겐 클롭과 비교했다. 매체는 "아모림은 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명확한 연설로 리버풀의 성공을 이끌었던 클롭처럼 될 수 있으며 맨유가 찾는 이상향이다"라며 "그들은 3년 계약에 연봉으로 약 800만 유로에 합의했다. 그는 스포르팅에선 2026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으며 현재 연봉은 300만 유로(약 44억원)에 가깝다"라고 상세히 설명해 계약이 임박했다고 알렸다.
아모림은 1985년생으로 곧 40대를 앞두고 있지만, 스포르팅에서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시즌이 중단된 뒤, 아모림은 브라가를 떠나 스포르팅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스포르팅을 현재까지 이끌며 포르투갈 리가 우승 2회(2020-2021, 2023-2024), 포르투갈 리그 컵 우승 2회(2020-2021, 2021-2022), 포르투갈 슈퍼컵 우승 1회(2021-2022) 등 여러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실 스포르팅 리스본은 포르투갈 빅클럽이긴 하지만 벤피카, FC포르투에 비하면 다소 열세인 것도 사실이었다. 아모림이 오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지금은 스포르팅이 포르투갈 리가를 주도하고 다른 두 팀, 그리고 스포르팅 브라가 등이 추격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아모림은 마누엘 우가르테, 페드로 포로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중용해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키워내면서 선수 육성 및 활용 방면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가르테는 지난 시즌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했다가 올 여름 맨유로 다시 둥지를 옮겼다. 아모림 감독과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시 만나는 셈이다.
페드로 포로는 현재 토트넘에서 손흥민 단짝으로 뛰고 있다. 스페인 출신인 페드로 포로는 경기 중 전방으로 치고 들어가 공격까지 감행하는 등 현대 축구에서 각광받는 '인버티드 풀백'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오른발 슛이 강하고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토트넘 입성 1년 반 만에 레알 마드리드 등 슈퍼 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됐다.
한편, 아모림 감독은 올 상반기 대표팀 새 감독을 찾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리스트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력위 난맥상을 내부고발했던 박주호 전 위원이 이를 얘기했다. 다만 전력위가 아모림과 접촉한 것은 아니어서 왜 리스트에 올려놨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실제 천안 국가대표축구센터 토목공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위약금 등으로 사정이 빠듯한 대한축구협회가 그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데려올 상황도 아니었다.
스포르팅은 맨유 등 7개 구단 말고는 아모림 감독에 대한 위약금을 2000만 유로(300억원)로 설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로마노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