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광주FC는 환경의 열악함을 논할 때 슬프게도 절대 빠지지 않는 구단이다. 선수들이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하는 게 힘들 정도로 환경이 팀을 받쳐주지 못하는 팀이 바로 광주다.
이정효 감독이 광주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변한 건 없다. 거액을 들여 지난 6월 개장한 광주축구센터(훈련장)는 물론 홈구장인 광주축구전용구장의 잔디 상태는 심각해 선수들의 부상을 유발할 정도다. 이정효 감독도 "광주보다 (상태가) 나쁜 구장은 없다"라고 말하는 게 광주의 현실이다.
지난 22일 광주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광주에서 300여km나 떨어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을 치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광주는 지난달 17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리그 스테이지 2차전 홈 경기 이후 AFC로부터 ACLE에서 광주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체 구장을 찾아야 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에 광주는 한국 축구대표팀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 홈 경기 같지 않은 홈 경기를 치러야 했다.
잔디만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미흡한 행정과 부족한 재정도 발목을 잡는다. 광주는 K리그 내에서도 선수층이 얇은 편인데, 지난 6월 구단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정 건전화 제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추가 등록 기간에 핵심 자원인 엄지성을 내보내고도 선수를 새로 영입하지 못했다.
리그, 코리아컵, 그리고 ACLE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광주는 로테이션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는 성적에서도 나타났다. 리그에서는 파이널B로 주저앉았고, 창단 첫 준결승에 올랐던 코리아컵에서는 결승행이 좌절됐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 8월 울산HD와의 코리아컵 준결승전 1차전에서 0-1로 석패한 뒤 "'조금만 더 재정적으로 (좋았다면), 조금만 더 우리가 한두 명의 선수들을 영입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 우리 선수들이 이런 아쉬운 경기를 하지 않고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 거 같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광주는 아시아 최고의 클럽들이 경쟁하는 ACLE 동아시아 조에서 유일하게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K리그 최고 수준의 환경을 갖춘 두 현대가(家) 구단들과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도 헤매고 있는 대회가 ACL이다. K리그1 최악의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광주가 K리그 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광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를 리드하고 있더라도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격정적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다. 철학을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이다. 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광주광역시에서 축구팬들을 끌어당기는 광주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정효 감독은 100%를 쏟아내도 힘들다면 200%, 300%를 쏟겠다고 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노력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주는 노력으로 환경을 이겨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조호르전이 끝난 뒤 "선수들은 쥐어짜내고 있다. 밖에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정효 감독의 발언이 지금의 광주를 전부 설명한다. 광주의 선전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광주는 내달 5일 비셀 고베(일본)와의 원정 경기에서 ACLE 4연승에 도전한다.
3연승으로 얻은 건 자신감이다. 이정효 감독의 애제자인 이희균은 "우리가 가와사키와 요코하마를 상대로 패스 플레이에서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비셀 고베가 요새 성적도 좋다고 해서 그 팀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겨서 기를 눌러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