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세계적인 명문 구단 반열에 올려놓온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구단의 경영 효율화 정책에 따라 한화로 40억원에 육박하는 그의 급여를 받을 수 없고 구단 홍보대사직에서도 해고된 가운데 퍼거슨 감독의 맨유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는 뒷이야기가 전해져 눈길을 끈다.
1980년대 중반 토트넘은 여러 구단 러브콜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맨유로 가게 된 사연이 나왔다.
앞서 영국 더선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맨유 팬들은 짐 랫클리프 경이 비난을 받고 있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을 놔두고 퍼거슨 경을 해고하자 분노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더선에 따르면 맨유는 퍼거슨의 연봉을 줄여 지속적으로 손실이 나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퍼거슨은 감독 은퇴 후 5개월 만에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었고 이에 따른 급여 등을 수십억원 받는 상태였다.
랫클리프는 은퇴한 감독에게 이런 막대한 돈을 주는 게 지금의 맨유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선은 "랫클리프는 올해 초 맨유 공동 구단주가 된 후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계속 모색해왔다. 퍼거슨은 2013년 은퇴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1년에 216만 파운드(약 38억원)를 받는 글로벌 앰버서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0년간 유지돼 온 계약은 랫클리프에 의해 파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랫클리프는 퍼거슨과 직접 만나 더 이상 7자리 수의 급여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통보했다. 퍼거슨은 아무런 악감정 없이 우호적으로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맨유 감독으로 와서 27년간 재직하고 지난 2013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감독직에서 은퇴했다.
재임 기간 중 프리미어리그 우승 13번, FA컵 우승 5번, 리그컵 우승 4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번과 준우승 2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 한 번을 일궈냈다. 지금의 맨유는 퍼거슨의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퍼거슨이 떠나자마자 맨유는 몰락을 거듭했고 이후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하는 팀이 됐다.
선수들의 연봉을 굉장히 높아서 프리미어리그 리빙 레전드로 올라선 손흥민(토트넘)의 연봉 180억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5명이나 되지만 브루누 페르난데스를 빼고는 거의 '먹튀' 수준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에 올 초 맨유 공동구단주가 된 사업가 랫클리프가 칼을 빼들었다.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감독이 특정 선수를 직접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각종 복지도 줄여나가더니 결국 퍼거슨 감독까지 잘랐다.
그런 가운데 퍼거슨 감독이 왜 맨유를 왔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언론에 소개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난 아스널을 거절했고, 울버햄프턴을 거절했고, 토트넘을 거절했다"며 "그 이유는 딕 도널드 회장 때문이었다"고 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 오기 전 스코틀랜드 애버딘 감독을 1978년부터 8년간 했다. 에버딘은 셀틱과 레인저스라는 스코틀랜드의 두 거대한 명문 사이에서 1부리그를 3번이나 우승했다. 기적 같은 업적을 에버딘에서부터 일궈냈고 이에 당시 잉글랜드 1부리그(프리미어리그는 1992년 창설) 여러 구단들이 퍼거슨 감독에 스카우트 제의를 했지만 에버딘 회장이었던 도널드가 계속 만류했다.
퍼거슨 감독은 "내가 도널드에게 토트넘 제의를 받고는 '지금이 떠날 때일지도 모른다'고 밝히자 그가 만류를 했다"고 했다. 도널드는 퍼거슨 감독에게 "아니야, 넌 여기서 굉장한 준비를 했다. 오직 한 구단으로만 가야한다. 맨유로 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
퍼거슨 감독은 "그의 말을 믿었고 그게 현실이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스코틀랜드 대표팀 감독도 겸직했는데 그 때 맨유의 제의가 왔고 역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수십년 묵은 그의 맨유에 대한 충성심도 이제 경영 효율화 앞에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