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혀 나오더니 '155km 쾅' 라팍 열광하게 만든 3구 삼진...김윤수 "오랜만에 짜릿함 느껴, 연락 많이 오더라" [PO2]

(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종료 이후 2주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삼성 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주도권을 잡았다. 선발투수 데니 레예스와 타자들이 활약한 가운데, 경기 후반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한 김윤수의 존재감도 빛났다.

김윤수는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6회말까지 7-1로 앞서다가 7회초 들어 위기에 몰렸다. 2사 만루에서 홍창기의 땅볼 때 1루수 르윈 디아즈가 포구 실책을 범했고, 그 사이 3루주자 문보경과 2루주자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는 신민재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두 팀의 격차가 3점 차까지 좁혀졌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상대 타자가 '정규시즌 타점왕' 오스틴 딘이었다. 삼성은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서 좌완 이승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윤수를 호출했다.

지난 7월 중순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 이후 소속팀으로 돌아온 김윤수는 1군 4경기 5⅓이닝 평균자책점 10.13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지만, 삼성은 김윤수의 강력한 구위를 믿었다. 김윤수는 자신의 구원등판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료 투수 멱살을 잡히는 등 재미있는 액션으로 팬들 화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투수 교체는 대성공이었다. 김윤수는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채웠고, 높은 커브로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김윤수는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를 택했고, 오스틴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공 3개 만에 삼진을 솎아낸 김윤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3구 직구 구속은 152km/h(중계화면 기준)였으며, 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55km/h였다.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수는 선두타자 김현수의 사구 이후 무사 1루에서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체됐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삼진을 유도하면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4일 취재진을 만난 김윤수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위기를) 막으라고 나를 올렸는데, 다행히 잘 막고 믿음에 보답한 것 같아서 기쁘다.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더라. 그래서 (영상을) 챙겨봤다"며 "올 시즌 처음으로 중요한 경기에 올라가서 많이 긴장되긴 했는데, 그래도 잘 막으니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 있더라. 앞으로도 중요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막아서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투구 때마다 나온 팬들의 탄성을) 들었다. 자신감도 커졌다. 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2구째) 변화구가 생각보다 높게 갔는데, 운 좋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고, "마지막 세 번째 공(직구)이 잘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윤수의 강속구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건 등판 당시 상황이었다. 불펜에 있던 팀 동료 김태훈이 김윤수의 멱살을 잡아서 끌고 나오는 듯한 장면이 중계방송사 카메라에 담겼다. 김윤수는 삼성 더그아웃을 향해 오른팔을 들며 자신이 나가는 게 맞냐고 물어본 뒤 마운드로 뛰어갔다.

김윤수는 "주변이 많이 시끄러워서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불펜에서) 나왔는데,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화제가 됐더라"며 "그래도 몸을 좀 풀고 있었기 때문에 잘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퓨처스리그 경기와 비교했을 때) 팬분들이 많아서 긴장됐고, 하다 보니까 밸런스도 흐트러지고 내가 했던 걸 잘 잡지 못해서 안 좋은 성적이 나왔다.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어진 상태다. 컨디션이 잘 돌아온 것 같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시즌 후반에는 회복한 모습을 보여드렸고, 운 좋게 (엔트리에) 발탁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불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베테랑 오승환이 구위 저하로 인해서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으며, 젊은 투수들의 단기전 경험 부족도 불안 요소였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삼성 불펜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⅓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펼쳤다.

김윤수는 "주위에서 나온 이야기와는 다르게 우리 불펜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고, 또 위기 상황을 잘 막았다. 선배들이 잘 던졌다"며 "불펜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자들도 매우 좋기 때문에 경기가 타이트하게 흘러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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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