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계에 뉴스타가 등장했다"
24일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막을 내린 '2011 FIG(국제체조경기연맹)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 모인 국제심판들의 의견이었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0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연재는 32위에 머물렀다.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연재는 주니어 시절의 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만에 21계단 도약하며 급성장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가장 괄목할만한 기량 향상을 보인 이는 단연 손연재였다.
런던 올림픽 출전의 목표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손연재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세계선수권대회 1위부터 10위까지 오른 선수들은 각종 국제무대에서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강자들이다.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폴란드, 그리고 이스라엘 선수들은 지난 2년 동안 꾸준하게 10위권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손연재의 새로운 목표는 리듬체조의 강국인 유럽 선수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출전을 이룩했지만 지금보다 더욱 노력해야 한다. 내년 시즌에는 국제대회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런던올림픽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자신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점이 큰 도움
손연재는 올해부터 자신의 메인훈련지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노보고르스크로 옮겼다. 이곳은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 대표 선수들의 훈련지다. 또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몰려드는 리듬체조의 '메카'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국내와 러시아를 오가며 훈련했던 손연재는 넓은 바다로 돗대를 올렸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손연재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홀로 모스크바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모든 생활을 스스로 책임져야 했고 기나긴 고독과도 싸워야했다.
훈련 초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독한 근성'으로 이겨냈다. 하루도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현지의 러시아 코치진은 성실하게 훈련하는 손연재를 칭찬했고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 다녀온 국제심판인 서혜정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기술부위원장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여한 국제심판의 수는 52명이다. (손)연재가 결선 연기를 모두 마치고 난 뒤, 많은 국제심판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연재가 이번에 펼친 네 개 종목의 난도(리듬체조의 기술)는 레벨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후프가 가장 많이 좋아졌고 곤봉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손연재는 네 개의 규정 종목(후프, 볼, 곤봉, 리본) 중, 곤봉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곤봉은 올 시즌부터 새롭게 규정종목으로 채택됐다. 서혜정 부위원장은 "곤봉은 많은 선수들이 어려워하고 실수가 많은 종목이다. 연재도 이 종목을 어려워했었다"고 밝혔다.
손연재도 "곤봉은 실수가 많이 나오는 종목이다. 부족한 종목이라고 생각해 더욱 중점적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손연재는 곤봉 종목에서 예선과 결선 모두 27점대를 넘어섰다. '러시아 리듬체조의 대모'인 이리나 비너르 러시아리듬체조협회 회장은 "손연재의 곤봉은 28점대의 점수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극찬했다.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손연재는 자신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 부분에 대해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훈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위권 도약에 필요한 28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서다.
올 시즌, 손연재가 이룩한 성과 중 하나는 28점대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1, 러시아)는 볼(28.550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목에서 모두 29점대를 뛰어넘었다.
카나예바에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내준 세계랭킹 1위 다리아 콘다코바(20, 러시아)도 볼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29점대를 기록했다.
이들의 뒤를 이은 3위부터 5위까지의 선수들은 네 종목 평균 점수가 28점대다. 월드컵시리즈보다 점수가 엄격히 매겨진 세계선수권대회는 전반적으로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
손연재는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월드컵 시리즈 후프 종목 결선에서 27.975점을 받으며 5위에 올랐다. 28점에 0.025점이 부족한 점수였다.
단번에 28점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점수를 받기 위한 난도를 실수 없이 구사해야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들어간 작품도 완성해야 한다.
서혜정 부위원장은 "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난도의 난이도를 더욱 높여야한다. 난도(D)는 신체 난도(D1)와 수구난도(D2) 두 가지로 나눠진다. 몸짓으로 하는 기술인 신체난도는 물론, 수구의 숙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구 난도를 모두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손연재는 시니어 3년차를 맞이한다. 다음 시즌에 연기할 작품은 올 시즌보다 한층 어려운 난도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6살 때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실전에서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손연재는 언제나 리듬체조를 즐기면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정진하려는 의사도 꾸준히 밝혀왔다.
손연재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올림픽 이전에 치러지는 월드컵시리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면 언젠가는 28점대를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07년 신수지(21, 세종대)가 기록한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개인종합 17위)을 넘어섰다. 또한, 사상 올림픽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손연재는 오랜 기간 동안 지도해온 김지희 국가대표 코치는 "큰 탈 없이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한다면 연재에게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 자체를 즐기고 언제나 한걸음씩 정진하려는 노력은 '런던행'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또한, 척박한 국내 환경 속에서 리듬체조의 토대를 만들어온 신수지(20, 세종대)와 김윤희(20, 세종대)등 선배들의 노력도 손연재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손연재는 "마지막 종목인 곤봉이 끝난 뒤 울컥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 이준건 기자, IB스포츠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