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야수 배정대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앞서 부친상을 치르고 준플레이오프에 합류한 LG 트윈스 유영찬에게 진심을 전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대단하고, 존경합니다."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소속 팀도 다르고 친분도 없지만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KT 위즈 배정대는 LG 트윈스 유영찬에게 속마음을 가득 담아 인사를 남겼다.
KT는 지난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 LG와의 홈경기에서 5-6으로 석패했다.
6회초 점수가 3-6까지 벌어졌다. 그대로 끝나는 듯했으나 배정대가 팔을 걷어붙였다. 9회말 LG는 마무리투수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렸다. 1사 2루서 배정대의 차례가 됐다. 배정대는 유영찬의 2구째, 147km/h 패스트볼을 강타해 비거리 125m의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중견수 뒤 담장을 훌쩍 넘겼다. 순식간에 5-6으로 따라붙었다. KT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이튿날인 9일 수원서 만난 배정대는 홈런 상황부터 돌아봤다. 그는 "노림수는 딱히 없었다. 그냥 패스트볼 보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창 인터뷰를 이어가던 배정대는 막바지 "혹시 인터뷰 끝났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된다고 하자 다시 유영찬의 이름을 꺼냈다.
배정대는 "유영찬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치긴 했지만, 난 유영찬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였다면 부친상을 겪고 경기에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운을 띄웠다.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유영찬이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수원, 김한준 기자
유영찬은 준플레이오프 시작 직전이던 지난 3일 부친상을 당했다. 5일 발인 후 곧바로 팀에 합류했고 6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1이닝 무실점으로 7-2 승리를 완성했다. 이어 8일 3차전에도 나서 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배정대는 "팀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경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무척 대단하다. 존경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보다 어린 선수지만 많이 놀랐다"며 "사실 1차전 때 (유)영찬이와 만나 이야기하려고 했다. 친분이 있는 건 아니고, 기사를 보고 (부친상 소식을) 알았지만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결과나 승부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화하고 싶었다. 홈런 쳤을 때도 당시엔 정말 좋았는데, 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조금 그랬다"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지만, 그냥 그런 정신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다시 4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KT는 잠실서 원정경기로 치른 1차전서 승리한 뒤 2차전서 패했다. 안방에서 펼쳐진 3차전마저 내주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0%로 떨어졌다. 역대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1패인 경우,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100%(6회 중 6회)에 달했다. 이 확률은 LG의 몫이 됐다.
KT는 또 한 번 0%의 기적에 도전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미 드라마를 쓴 바 있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KT는 4위 두산 베어스에 2연승을 거둬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도입 후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역대 최초였다.
배정대는 "오늘(9일) 지면 뒤가 없다.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다. 다 떠나 우선 최선을 다하고, 이후 모든 결과는 받아들이겠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프로선수들도 당일에 결과가 바로바로 나온다. 매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걸 이겨내는 게 프로선수의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 팀원들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위즈 외야수 배정대가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말 추격의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수원, 김한준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