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11:32
자유주제

야구시인 김재홍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4.10.30 02:48 / 기사수정 2004.10.30 02:48

두정아 기자

 

누군가 말했다. 시인은 철이 없어야 한다고. 시인이란 질서에 편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거꾸로 가고, 거꾸로 생각하며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열정을 늘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라는 언어를 통해서 세상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시라는 장르가 괜히 어렵게 느껴지거나 어떠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김재홍의 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를 읽으면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시가 한결 쉽게 다가올 것이다.

 야구에 관한 시를 발표해 '야구시인'이란 수식어가 익숙한, 2003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자 김재홍.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곳은 울산 MBC의 로비였다. 회의를 마치고 온듯 서류를 가득 안은 한 시인이 서 있었다. 36세에 비교적 늦은 등단을 한 김씨는 2, 30년 후 문화예술인 야구팀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꿈꿔보기도 하는 평범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야구에 관한 시를 쓰게 됐나. 특별히 스포츠 시를 쓴 계기가 있는지.

-어느 날 TV야구 중계를 보다 '메히아'라는 용병선수를 처음 보게 되었다. 한화 이글스 선수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에겐 스포츠와 시는 다른 것이었다. 전혀 별개의 세계였다. 메히아를 본 순간이 두 세계가 만난 최초의 계기인 셈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타격폼이 특이했던 메히아를 발견하고 나서 봇물 터지듯이 나온 열편가량의 시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야구에 관한 시였으니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머리가 작으면 모자를 쓰고 헬멧을 쓰는 사람이 더러 있지 않은가.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이 먼나라에 와서 타격폼을 잡고 있는 메히아를 보자 가련한 생각이 들어 시를 쓰게 됐다.



‘나는 날마다 야구경기를 모니터 한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정말 메이저리그를 매일 모니터하는가?

월요일날 쓴 거다. 월요일엔 메이저리그를 하지 않아서 낙이 없다. 쉬는 날이 없었음 좋겠다. (웃음)


메이저리그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팀이 있는지.

경기를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어릴 때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른바 전두환 정권시절의 3s에 부합하는 청소년 세대였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야구 이외 모든 스포츠 다 좋아하게 됐다. 모든 스포츠에는 인생을 담고 있는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예를 들어보면 경기 내용에 따라 재밌는 경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기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한국인 있는 팀을 선호하게 된다.


야구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뭐랄까. 순간의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한순간에 하나의 포인트로 인해 급선회할 수 있는 가장 스포츠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울산 MBC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방송 심의팀에 일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대외적 홍보도 맡고 있고. 심의를 위해서는 우선 프로그램을 봐야하니까 다른 직업보다 스포츠보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웃음)


국내에서 특별히 응원하는 구단이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LG트윈스 팬이다. 그 전에는 MBC청룡을 좋아했다. 이종도, 김재박, 김인식 선수가 당시 기억에 남는데 그 중에서 특히 김인식을 좋아했다. 요즘 야구선수 가운데는 현대의 전준호 선수가 마음에 든다. 은퇴나이에 가깝지만 근성이 있는 선수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베리본즈. 고집스럽고 우직한 면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영향을 받은 시인은 넓게 보면 모든 시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웃음) 굳이 말하자면 직접적인 은사라 생각하는 이시영시인이다. 창비에서 벽화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던 4년 선배인 김영산 시인도 있다.


엑스포츠뉴스는 가보셨는지

매일 보고 있다. 특히 TOP기사로 뭐가 올라왔는지 관심을 갖고 보기도 하고. 


등단하고 나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내가 등단하고 얼마 후 어느 일간지의 한화 담당 기자한테 전화가 왔었다. ‘메히아’라는 시를 보고나서 연락을 한 것이다. 어떻게 메히아라는 시를 쓰게 됐느냐고 묻길래 그저 우연히 메히아가 눈에 띄어 보인대로 썼다 했더니, 몇일 전 한화에서 퇴출당했다 하더라. (웃음) 당선되고 나서 시상식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며 당선시의 주인공인 메히아가 퇴출당했다하니까 관중석 뒤에서 누군가 “그게 더 시(詩)다.”라고 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시를 잘 이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아까도 말했듯이 별개의 세계였던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서 메히아가 쓰여졌는데 스포츠 시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는 존재하고 있고, 그동안 많은 소재들 중에 스포츠에 관한 것이 쓰여지지 않아서 생소했던 것 같다. 유난히 시에서 스포츠 이야기하는 게 드문 것은 사실이다. 시를 대부분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스포츠 이외에도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다 시가 될 수 있다.




















혹시 야구에 대한 시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의미가 따로 있지는 않았나.

‘도미네이트’ 같은 시는 말 그대로 투수는 공 하나에 집중을 해야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순간 실패하게 된다. 던지지 않으면 플레이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고집스런 집념이 있어야 하는가. 우리 인생사가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양키스로 대표되는 미국 프로 스포츠의 상징 또한 분명 존재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패권주의 등 내가 하고 싶었던 의도가 내 시에 담겨지길 바랐다. 그런면에서 스포츠는 양면적이기도 하다.

운동을 순수하게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내부적 요소들이 실제로는 운동과 무관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상업적 패권주의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바라던 대로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읽혀지길 바란다.


‘메히아’라는 시가 당선될 줄 알았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실 최종심을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걸 생각했었다. 중앙일보는 5편 이상을 보내야 하는데 보통 제일 자신 있는 시를 맨 첫장에 보이게 한다. 9편중 메히아는 6편째쯤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내 스스로 좋은 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면 맨 첫장에 어떤 시가 있었나.

전통적인 느낌의 ‘평상’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언제부터 시를 썼나.

고등학교 때 무엇에 이끌려 문예반에 들어갔다. 오로지 시만 썼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을 썼던 박민규와는 울산 문학서클에서부터 함께 공부하던 친구다. 복싱을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그 소설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삼미에 누가 관심이나 있었겠나.

대학 졸업하고 94년에. 2001까지 7년가량 시를 안썼다. 대학원에 다니느라, 회사에 입사하느라 바쁘게 살았다. 2001년부터 불현듯 아는 선배가 자극도 주고 해서 본격적으로 열심히 썼다.


앞으로 독자들이 어떻게 시를 읽기를 바라나?

시란 괜히 어렵게 느껴지니까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뭔가 있을거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는 그냥 시다. 독자들이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시적으로 보이게 된다. 스포츠는 스포츠대로 즐기되 그 이면에 있는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고 있듯이 진정한 팬이라면 어떠한 본질, 그러니까 스포츠를 둘러싼 인간 재단의 고려할 사항들도 생각할 수 있는 팬들이 되었음 좋겠다. 시라고 하는 것도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의 수단이므로 편안하게 대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회사원과 시인은 매우 이질적이다.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 열심히 시쓰는 시인 사이의 조화는 찾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에 기울게 된다. 평형을 유지하며 좋은 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열씸히 시를 쓰고 싶다. 어디 도달하겠다는 것은 의미는 없고 열심히 하는 방향을 잊지 않겠다.




*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재홍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두정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