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장문의 반박에 나섰다. 문체부 감사 결과가 거의 대부분 틀렸다고 했다. 조목조목 받아쳤다.
이에 따라 홍 감독 선발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문체부는 2일 브리핑을 열어 홍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여러 차례 규정을 위반한 만큼 개선 조치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절차적 하자 있다고 해서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입장이 논란이 되고 축구팬이나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자 문체부는 벌도 설명을 냈다. 감사를 통해 홍 감독의 지위를 깔끔하게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임과정에 절차상 위반이 있고 시정의 필요성이 있지만, 축구협회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는 영역이기에, 문체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정하여 요구하는 것보다 축구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며 "축구협회가 시정할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 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것이 아니다.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가 사실상 한 발 물러나 문제점 지적하고 개선점 마련을 다소 강하게 요구한 정도인데 축구협회는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미비점은 보완하겠다면서도 선임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절차를 위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문체부 지적은 막판에 갑작스럽게 물러난 정해성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대신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 과정에 집중됐다.
이 기술이사가 전력강화위원장의 업무를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넘겨받은 점, 따라서 그럴 권한이 없는데도 최종 후보 면접과 추천을 한 점 등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첫째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으며, 6월 30일 전력강화위원회 온라인 임시회의에서 위원들로부터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상의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감독 선임 권한도 없는 회장과 부회장이 감독 선임 관련 권한을 위임하고 후속 조치 이행을 지시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추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했다.
또 "둘째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며 "7월 5일 있었던 이임생 기술 총괄 이사와 홍명보 감독 후보자와의 대면 면접 과정(빵집 면접)은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는 달랐다.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임한 절차인 이사회 서면 결의는 감독 내정 및 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고 했다.
문체부는 "문체부가 통보하는 경우, 피감기관은 개선 조치를 마련하여 문체부에 보고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만약 축구협회가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경우, 문체부는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국가대표 선임과 관여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 건뿐만 아니라 다른 감사 사항들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10월 말 최종발표 시 이를 종합하여 문책 요구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생각은 달랐다.
축구협회는 "문체부는 감독추천권한이 없는 (이임생)기술총괄이사가 감독의 결정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이는 기술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가 행하는 추천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전력강화위의 업무가 마무리된 가운데 기술총괄이사가 추천된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이리고 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국회 문광위 질의응답, 그리고 이번 문체부 감사 브리핑에서도 정식 회의로 인정된 지난 6월 30일 전력강화위 11차 회의에 대해서도 정식 회의가 아니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축구협회는 "임시 온라인 회의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식 회차 회의가 아니고, 상황을 공유하는 회의였다"며 "앞서 제10차 전강위를 통해 위원들이 위원장에게 이미 감독 추천 업무 전권을 위임한 점을 고려하면 이 회의는 위임행위를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의 회의로 보기 어렵다"고 부정했다.
논란이 된 홍 감독 '빵집 심야 면접'을 두고 면접 방식 등에서 불투명, 불공정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국인 감독 후보 2인에 이어 마지막으로 진행한 1순위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 및 협상의 경우 기술총괄이사가 자택 근처에서, 4~5시간을 기다린 것은 외국 감독들을 만날 때도 협회에서 4명이나 되는 인원이 수일간 출장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노력 속에 그들의 일정에 맞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유럽의 도시로 찾아가 만남을 성사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만남의 방식은 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특혜라고 부를 수 없다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먼저 면담을 실시한 2명의 외국 후보들은 현재 맡은 팀이 없는 무직"이라면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면 소속 구단과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안 방식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불공정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는 또 "문체부 감사 결과는 '협회장이 부당한 개입을 했다',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 형해화시켰다'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이는 협회장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가 문체위 감사 결과에 사실상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문체부가 10월 말 이뤄질 감사 결과 최종 발표에서 어떤 조처를 할지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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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