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 주목했던 롯데 유망주, KIA 상대 눈도장 '쾅'…주전 유격수 경쟁 뛰어들까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명장'이 주목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단 한 경기였지만 매서운 타격 솜씨와 빠른 발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발휘했다.

롯데는 지난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팀 간 16차전에서 8-12로 졌다. 게임 초반 6-0 리드를 잡고도 불펜 난조 속에 뼈아픈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홈 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 앞에서 올해 마지막 안방 경기를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다만 2년차 내야수 이호준의 플레이는 롯데팬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이호준은 롯데가 0-0으로 맞선 4회초 선발 2루수 고승민의 대수비로 투입,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호준은 첫 타석부터 번뜩였다. 롯데가 2-0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KIA 좌완 김기훈을 상대로 우중간을 완전히 꿰뚫는 3루타를 쳐냈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최지민의 2구째 140km짜리 직구를 완벽한 타이밍에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았다.

베이스 러닝도 인상적이었다. 타구를 확인한 뒤 1루를 거쳐 2루에 도달한 뒤 지체 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여유 있게 베이스를 찍고 프로 데뷔 첫 안타를 3루타로 장식했다. 이후 전준우의 안타 때 홈 플레이트를 밟아 1군 무대 마수걸이 득점까지 올렸다.

이호준의 활약은 계속됐다. 6-6 동점이던 6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또 한 번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KIA 우완 장현식을 상대로 이번에는 좌중간을 갈라냈다.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를 8-6으로 만들었다. 

이호준은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장현식의 5구째 148km짜리 직구를 완벽하게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형성된 실투를 풀스윙으로 연결, 프로 데뷔 첫 타점까지 생산했다.



롯데의 역전패로 빛이 바라기는 했지만 이호준의 활약은 분명 큰 수확이었다. 롯데가 오는 10월 1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는 가운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4년생인 이호준은 올해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지명된 유망주다. 고교 시절 1년 유급을 한 탓에 동갑내기들보다 프로 지명과 데뷔가 모두 늦어졌다. 

이호준의 2024 시즌 퓨처스리그 성적은 34경기 타율 0.247(93타수 23안타) 9타점으로 빼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나 이호준을 직접 1군으로 불러 훈련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경기 출전은 대주자롤이 전부였지만 루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이호준은 9월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뒤에도 부름을 받았다. 지난 5일 KT전에서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섰고 27일 NC전에서도 기회를 받았다. 28일에는 데뷔 첫 안타까지 수확하면서 한층 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롯데는 2022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로 영입한 노진혁의 부진 속에 올해 박승욱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이학주가 전반기 잠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후반기에는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사실상 박승욱 한 명으로 정규리그를 소화한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팀 내 유격수 뎁스가 얇은 상황에서 이호준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마무리 캠프, 내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 이호준이 어떤 성장세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2025 시즌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7일 "이호준이 수비는 박승욱에게 밀리지 않는다. 오선진, 노진혁과 비교하면 주력도 좋다"며 이호준의 현재 기량에 후한 점수를 줬다.

또 "나이를 떠나서 수비, 주루, 타격을 봤을 때 (실력이) 앞서는 선수가 게임에 나가는 것"이라며 "이호준은 지난해 이맘때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