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수영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을 응원했던 마이클 펄프리 호주 수영대표팀 코치가 최근 경질됐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대한수영연맹이 마이클 펄프리 호주 경영 대표팀 코치가 최근 경질됐다는 소식에 당혹감과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다만 한국 수영 대표팀 코치 부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대한수영연맹은 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펄프리 코치가 (호주 미디어 등의) 왜곡된 시선으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연맹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가대표 지도자 채용과 관해서는 국외 지도자, 국내 지도자 영입 등을 계획하거나 추진한 적이 없다. 국가대표 지도자 채용은 추후에 관련 위원회에서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과 현재 수영 국가대표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모집 공고 및 선발 기준을 수립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수영연맹은 지난 6일 "펄프리 코치를 고용 계약 위반으로 해고했다"며 "그는 호주 수영의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악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수영 국가대표 김우민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부분을 놓고 호주수영연맹이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 사진 연합뉴스
펄프리 코치는 지난 7월 23일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이 열린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경영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했던 인연이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덕담이 오갔다.
펄프리 코치는 올해 초 한국 수영과 인연을 맺었다. 대한수영연맹은 2024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김우민(23), 황선우(22·이상 강원도청)을 호주로 파견,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게 했다.
김우민은 호주 전지훈련의 성과를 톡톡히 누렸다. 호주는 일주일에 60km 이상을 헤엄치는 '악' 소리 나는 훈련 강도를 자랑한다. 김우민의 경우 이런 스파르타식 트레이닝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우민은 지난 2월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 뒤 출전한 카타르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챔피언'이 됐다.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71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월드 클래스'로 우뚝 섰다.
황선우도 호주 전지훈련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형 100m도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계영 800m 은메달 획득 등 눈부신 성과를 얻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펄프리 코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동고동락했던 한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개막 전 충분히 덕담을 건넬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펄프리 코치는 "호주에서도 한국에 있는 코치와 협력해서 김우민의 훈련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덕분에 김우민이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얼마나 빠르게 물살을 가를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김우민의 주 종목인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를 예상하면서 "일라이저 위닝턴, 새뮤얼 쇼트(이상 호주), 김우민은 모두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선수들"이라며 "김우민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다. 훈련 때 시간을 보면 거의 차이가 안 날 정도로 접전이다"고 흥미진진하게 전망했다.
호주수영연맹은 펄프리 코치의 발언이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적'으로 만나야 하는 한국 수영 간판 선수를 응원한 부분을 문제 삼고 나섰다.
호주 내부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당장 안나 미어스 호주 선수단장은 펄프리 코치의 인터뷰 직후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펄프리 코치의 발언은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호주 언론과 호주수영연맹은 펄프리 코치를 파리 올림픽 기간에는 대표팀에서 선수들일 지도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펄프리 코치를 대표팀에서 해고했다.
펄프리 코치의 거취 변화는 김우민이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호주의 새뮤얼 쇼트를 4위로 밀어내고 동메달을 딴 부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또 다른 수영 스타 일라이자 위닝턴은 이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가 차지했다.
한국 수영은 최근 4년 동안 대표팀 총감독을 맡았던 이정훈 감독의 계약이 만료된다. 오는 2026 나고야 아시안 게임과 2028 LA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새 국가대표 코치진 선임을 준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한수영연맹이 세계적인 지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펄프리 코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대한수영연맹은 "그런 추측은 타국 지도자에게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우리 연맹도 국가대표 지도자 채용 절차를 공정하게 밟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프로세스에 맞춰 새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 수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최소 2개 이상의 메달 획득이 기대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우민, 황선우 '원투펀치'의 활약을 앞세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수확하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한국 수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컸다.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김우민이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디움에 오른 게 전부였다.
기대를 모았던 남자 자유형 200m의 황선우는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계영 800m도 결승 6위로 마감하면서 사상 첫 수영 종목 올림픽 단체전 메달의 꿈을 4년 뒤 미국 LA 대회로 미뤘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