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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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육상 전설 전민재의 폭로 "연맹 임원 반대로 생활보조 지원 못 받아"

기사입력 2024.09.05 12:09 / 기사수정 2024.09.05 12:09



(엑스포츠뉴스 파리, 공동취재단)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5에 결승선을 통과해 7위를 기록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경기장 밖 바닥에 앉은 전민재는 취재진 앞에서 편지를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전민재는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힘든 상태지만,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소통하고 있다.

전민재는 스마트폰에 쓴 편지를 음성으로 변환해 취재진에게 들려주다 연신 눈물을 훔쳤다.



4월 눈을 감은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구간에서는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

전민재는 "자나깨나 항상 내 걱정과 '우리 (전)민재 최고'를 외치며 응원해 주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곁에 안 계시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텐데, 아버지께 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패릴림픽이 될 것 같아서 메달을 꼭 따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으로 장애인 육상을 이끈 그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다가 주변에서 그를 설득해 파리까지만 가 뛰리라 결심했다.



전민재는 선수 생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레이스에서 후회 없는 역주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비록 순위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전민재는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결심했다.

전민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민재는 딱 2026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때가 정말 마지막이다. 트랙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전민재라서다. 그래서 은퇴하지 않으려고 한다. 딱 그때가 마지막이다. 그때까지 전민재 선수 기억해 주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는 생활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오셔서 제 옆에서 손발이 돼 챙겨주셔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전민재는 "운동 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습니다"라면서 "저는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해서 생활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를 해서 올해 생활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민재는 나아가 "누구보다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고 선수들을 배려해줘야 하는 연맹 측에서 불합리하게 무슨 이유인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저의 의사는 1%로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임원의 권한으로 생활보조가 들어오는 것을 극구 결사 반대해서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맹 측에서 이렇게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래서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보조가 없어서 불참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악조건 속에서도 전민재는 포기하지 않고 패럴림픽을 준비했다. 



전민재는 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연습의 연습을 거듭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훈련했다"며 "마음속으로 매일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훈련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이 안 나올 때면 '이제 선수 생활은 그만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슬럼프에 빠지고, 기록이 잘 나오면 열심히 하니 내가 연습한 만큼 좋은 기록으로 보상받는 것 같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민재는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선에서는 14초69를 기록해 2019년 두바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 14초68에 몹시 근접했다.

전민재는 "전민재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원반월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친한 우리 잘생긴 이윤오 감독님, 전북체육회 직원분들, 류한의원 원장님, 국가대표장 성준 감독님, 국가대표 이수진 코치님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공동취재단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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