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왼쪽)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지난 9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5차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4-3 승리를 거둔 뒤 투수 나균안(가운데)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이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준 팀과 사령탑에게 '속죄투'로 보답했다. 반성과 변화, 쇄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다시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롯데는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5차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4-3으로 이겼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56승 62패 3무를 기록, 2연패에 빠진 SSG 랜더스(59승 66패 1무)를 제치고 8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5위 KT 위즈(62승 63패 2무)와 격차를 2.5경기까지 좁히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의 불씨도 더욱 크게 키웠다.
수확은 또 있었다. 이날 확대 엔트리 시행과 함께 콜업된 우완 나균안이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나균안은 연장 11회초 마운드에 올라 두산 타선을 압도하고 구원승을 손에 넣었다.
나균안은 최고구속 148km, 평균구속 146km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주무기인 스플리터의 움직임도 위력적이었다. 전체 투구수 33개 중 스트라이크 비율이 72%를 기록한 것도 고무적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나균안이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5차전에서 연장 11회초 구원등판해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따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나균안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팀 4연승에 힘을 보탠 뿌듯함이나 자신이 승리투수가 됐다는 기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으로 최근 2개월 동안 2군에 머물렀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거듭 고개를 숙였다.
나균안은 "2군에서 반성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내가 어떻게 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도 고민하면서 훈련도 열심히 했다"며 "야구장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앞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지난 6월 25일 타이거즈전 1⅔이닝 7피안타 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난타당한 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때까지 시즌 성적이 14경기 60⅔이닝 2승 7패 평균자책점 9.05으로 크게 부진했던 영향도 있었지만 선발등판 하루 전 부산 시내 한 술집에서 음주를 한 사실이 알려진 게 결정적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나균안의 자기 관리 문제에 크게 실망했다. 평소 선수 사생활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나균안이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5차전에서 연장 11회초 구원등판해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따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김태형 감독은 지난 6월 26일 나균안의 1군 엔트리 말소 직후 "(음주 논란은) 구단 내부 규정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구단에서 논의를 하고 어떤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 나는 구단에 다 맡겼다. 무언가 징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균안은 이후 구단으로부터 30경기 출장 정지,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1군 마운드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봤고 쇄신을 다짐했다.
나균안은 징계 해제 후 구위와 투구 밸런스 회복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U-18(18세 이하)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선발 등판, 2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4사구 2실점(1자책)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직구 최고구속 146km를 찍으면서 김태형 감독에게 다시 부름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1군으로 돌아온 나균안에게 특유의 솔직화법으로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나균안 역시 사령탑의 말을 가슴 깊게 새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나균안이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5차전에서 연장 11회초 구원등판해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따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나균안은 "1군 복귀 후 (김태형) 감독님께서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다. 지나가면서 '이제 시간이 흘렀으니까 네가 야구장에서 팬 여러분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고 얘기해 주셨다"며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나균안이 2024 시즌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찰리 반즈까지 부상으로 한 달 반 넘게 자리를 비우면서 순위 싸움에 악영향을 끼쳤다.
나균안은 남은 시즌 동안 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팔이 부러지지 않는 한 열심히 던지겠다"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균안은 "팀이 어려워진 부분은 내 불찰이 제일 큰 것 같다. 롯데가 힘들 때 내가 옆에서 같이 힘을 내고 해야 됐는데 나로 인해서 팀 분위기, 성적도 좋지 않아졌고 무엇보다 팬분들도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내가 제대로 못 뛰었던 그 시간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