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그냥 울보 됐어요."
한화 이글스 이상규는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호투, 그리고 눈물로 화제가 됐다. 한화가 연장 10회 끝 7-6 승리를 거둔 이날 마지막 2이닝을 무실점을 막은 이상규는 누가 뭐래도 승리의 주역이었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이상규는 2020년 5월 25일 KT전 이후 무려 1553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1루 상황 마운드에 오른 이상규는 김재호의 희생번트 후 양의지 고의4구로 맞은 만루 위기에서 양석환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태근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한화가 10회초 김태연의 적시타로 리드를 가져온 뒤, 7-6 한 점 차에서 10회말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LG 시절 함께했던 이상훈 해설위원과 방송 인터뷰를 하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던 이상규는, 31일 홈경기 전 1553일 만의 승리를 기념하는 팬들의 커피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선수단 전체에게 돌리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마음을 받은 이상규는 "이런 선물을 받은 게 처음이다.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눈물 이후 주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울보가 됐다. 좋다"며 "당연히 울려고 한 건 아니었다. 이런 순간이 나한테도 올까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왔고, 힘든 시간을 거쳐 온 거라 기쁨의 눈물이지 않았을까 한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 때문에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70순위로 입단했던 이상규는 LG에서 육성선수로 전환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1군으로 올라와 8경기를 던졌고, 2023시즌 종료 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으며 둥지를 옮겼다.
이상규는 "육성선수로 전환이 되고, 슬슬 후배들에게 뒤처지는 것도 느껴지게 됐다. 내가 1군에 올라갈 수 있는 순번이 늦어지는구나, 내가 야구를 진짜 하고 싶어도 못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2차 드래프트로 오면서 다시 할 수 있겠구나 새로운 마음이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상규는 올해 6월 한 차례 1군에 콜업되어 2경기 만에 내려갔으나 8월 다시 1군에 올라와 11경기 13⅔이닝 평균자책점 2.63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규는 "마지막에 내려가기 전에 김경문 감독님께서 감독님께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필승조로 올라가려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하셨다"며 "세트 모션에 대한 중요성을 말해주셔서 집중적으로 바꿨고,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눈물의 두산전 후, 이상규는 28일과 29일 롯데전에서 각각 1이닝, 1⅔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을 이어 나갔다. 이상규는 "나는 계속 운 같다. 지금 모든 게 실력보다는 운으로 잘 되고 있다. 그동안은 잘했다 못했다 했는데, 앞으로는 지속성을 갖고 잘하고 싶어서 유지하자는 마음이 크다"며 "안 아프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