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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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일의 기다림, 이상규는 펑펑 울었다…"야구, 더는 못할 줄 알았다"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25 06:29 / 기사수정 2024.08.25 06:29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잘 버텼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이상규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2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멋진 호투를 펼쳤다. 연장 10회 끝 팀의 7-6 신승을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상규는 6-6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대타 김재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한화는 양의지를 자동 고의4구로 걸렀다. 1사 1, 2루서 이상규는 양석환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태근을 3루 땅볼로 요리했다.

연장 10회초 한화는 상대 양석환의 포구 실책과 김태연의 적시타 등으로 점수의 균형을 깼다. 7-6으로 앞서나갔다. 10회말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이상규가 다시 출격했다. 강승호와 전민재를 헛스윙 삼진, 서예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제압했다. 깔끔하게 팀에 승리를 안겼다.

LG 트윈스 소속이던 2020년 5월 24일 KT 위즈전 이후 무려 1553일 만에 승리투수로 이름을 새겼다. 필승조와 마무리 주현상까지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선보인 쾌투라 더욱 값졌다.

경기 후 만난 이상규는 "마운드에 올라가 내 공을 못 던지는 날이 많았다.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밖에 안 했다"며 "감독님, 코치님께서 내게 '자신 있게만 던져라'라고 하셨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올라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항상 등판하기 전 코치님께서 나를 봐주시면서 '자신감 있게'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너는 공이 안 좋은 게 아니다.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 있게만 던져라'라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후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후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10회에도 등판하는 것은 언제 결정됐을까. 이상규는 "(10회초) 점수가 난 뒤 '상규야 하나 더 간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사실 그때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상규는 "포수 최재훈 형이 리드를 정말 잘해주셨다. 확실하게 사인을 내주셨고 맞춰서 던졌을 뿐이다"며 "내 볼이 좋았다기보다는, 형이 하라는 대로만 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온 듯하다"고 공을 돌렸다.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뒤 중계방송사와 수훈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상규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한동안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북받쳤다.

이상규는 "과거 LG에 계셨던 이상훈 해설위원님께서 지금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셨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LG에서) 마무리로 뛰었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어 못 느꼈는데,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다"며 "한화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처럼 정말 행복하게, 힘차게 응원해 주셔서 설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육성선수 신분도 돼봤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란 마음이 컸다. '나도 이제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한화에 와 그 시간을 극복하고,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승리까지 하게 돼 기분이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상규는 2015년 2차 7라운드 70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오랫동안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9년 마침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그해 역시 1경기 ⅓이닝에 그쳤다.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구원투수 이상규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2020년 이름을 알렸다. 임시로 마무리 보직을 맡아 가능성을 내비쳤다. 5월 한 달간 12경기 12⅓이닝서 2승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46으로 활약했다. 꾸준히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다. 총 28경기 31이닝서 2승3패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6.68로 시즌을 끝마쳤다.

2021년엔 7경기에만 출장했고, 2022년엔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3년엔 육성선수로 전환된 채 개막을 맞이했다. 5월말 1군에 콜업됐으나 8경기만 소화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상규는 "처음 이적이 확정됐을 때도 많이 울었다. LG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게 무척 슬펐다"며 "한화에 온 뒤 좋은 분들을 만나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젠 괜찮다"고 전했다. 그는 "위기가 곧 기회다"고 외쳤다.

너무나 간절하고 소중한 기회이기에 꼭 잘하고 싶었다. 이상규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 순간 감독님과 코치님이 떠올랐다. 나를 믿고 기용해 주신 게 정말 감사했다"며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지난번에 내가 승리를 날린 적도 있어 이번엔 믿음을 드리고 싶었다. '저 해냈습니다'라는 마음에 감독님, 코치님 생각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필승조 등을 꿈꾸진 않는다. 마운드에 올려 주시면 내 공을 씩씩하게 던지고 싶다"며 "항상 지속성, 꾸준함을 신경 쓰고 있다. 하루만 잘하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상규의 야구는 계속된다.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한화 이글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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