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야구부가 고시엔 100주년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봄 KIA 구단으로부터 기부 받은 경식 야구공에 감사함을 전하는 교토국제고 야구부원들. 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2024년 일본 고시엔 고교야구대회에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야구단 창단 25년 만에 첫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결승행 속엔 숨겨진 조력자가 있었다. 그 조력자는 바로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지난 봄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교토국제고에 기부해 학교로부터 감사 메시지를 받았다. 교토국제고는 기부받은 공들을 의미 있게 사용해 고시엔 대회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교토국제고는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교토국제고는 160명 규모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999년 창단해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현재 야구부에 있는 소속 선수 61명 대부분이 일본인 학생으로 알려졌다. 교토국제고는 2022년 본선 1차전에서 패한 뒤 지난해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 출전권까지 따낸 교토국제고는 대회 본선 1차전에서 7-3, 2차전에서 4-0, 3차전에서 4-0으로 각각 승리했다. 그리고 교토국제고는 8월 21일 열린 아오모리야마다고와 4강전에서도 3-2 역전승을 거두면서 야구부 창단 첫 고시엔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치고와 고시엔 100주년 대회 우승을 노린다.
고시엔 대회에서는 승리한 팀이 교가를 부르는 관례가 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중계됐다. 일각에선 NHK 방송 일본어 자막에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왜곡해서 송출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19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전 진출을 확정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에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이 KIA 구단에 보낸 감사 편지. KIA 타이거즈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결승행 수확 속엔 KIA 구단의 도움도 있었다. KIA는 지난 봄 퓨처스팀 스프링캠프로 일본 고치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KIA 심재학 단장이 일본 야구계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됐다. KIA 구단은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교토국제고에 기부했다.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KIA 구단의 기부에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박경수 교장은 편지에서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기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받은 공은 부원들의 연습에서 의미 있게 사용하겠다. 야구공이 매우 귀중해 평소 낡은 야구공에 비닐 테이프를 감으면서 재사용하고 있었다. 주신 야구공도 아울러 앞으로도 부원들 스스로를 절차탁마하는 도구로 소중히 사용하겠다'라고 전했다.
박경수 교장은 편지 말미 '고시엔에서 활약할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멋진 모습을 기대 부탁드리겠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수 교장의 약속대로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100주년 대회 결승 진출로 파란을 일으켰다. KIA 구단도 바다 건너 교토국제고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연합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