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4.08.12 11:03
이하 김효선 배우 인터뷰 전문.
Q. 뮤지컬 공연실황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대통령 특별판>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첫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에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려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Q. 어떠한 계기로 이번 뮤지컬 작품에 출연을 하시게 된 건가요? 연기와 노래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2005년 이지나 선생님이 연출을 맡은 뮤지컬 인어공주 ‘멜로디’ 역으로 세종문화회관의 첫 무대에서 연기했던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예요. 오랜 공백기의 제 몸을 깨워 무대에 선다는 것이 제게는 또 다른 시작의 도전이었습니다. 아직도 모든 어머님들이 그리워하는 퍼스트레이디 ‘육영수’를 연기한다는 것은 한 여자이자 배우로서 제게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 ‘육영수 여사’라는 극중 인물에 어떻게 접근을 했고,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을까요?
그 시대의 배경을 알아가면서 그 시간을 살아온 부모님들의 모습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육영수 여사의 눈빛, 목소리, 말투를 그리며 그의 생각을 닮기 위해 같은 시선으로 다큐멘터리와 유튜브 채널을 반복해서 보고 느끼고자 했습니다.
Q. ‘레이디 퍼스트’라는 높은 위치에 있던 분을 연기하는 게 부담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육영수 여사를 포함해 참고한 캐릭터나 실존 인물이 있었을까요?
재클린 케네디 입니다.
전반적으로 현대사의 모든 퍼스트레이디들의 다큐멘터리와 영상 자료를 모두 보면서 공통된 부분들과 각각의 모습을 보며 캐릭터 연습을 했습니다. 조선시대 황후들의 궁중 역할이나 국모의 품격을 고증자료를 통해서도 인물 연구를 했습니다. 특히 제 역할인 육영수 여사에 대해서는 저의 지인 중에 실제로 육영수 여사의 영어 선생님이 아직 현존하고 계셔서 그분에게 여러 가지 미담과 이야기를 정말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준비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감명을 받았거나, 영향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데, 60-70년대에는 엽서로 소통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육영수 여사 역시 전국에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보낸 엽서를 하루 평균 50통 정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문둥병이라고 불린 한센병 환자들의 엽서는 눈물 없이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센병 환자의 편지만큼 가슴을 아프게 한 성남시에서 온 여성의 편지도 있었는데, 서울역 앞에서 행상하던 남편이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있고 시어머니와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서관을 데리고 육영수 여사가 직접 그곳을 찾아갔더니 청계천 철거민들이 이주해온 곳이었고 주소가 엉망인 상황에 마을 이장님의 도움으로 그 집을 겨우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멀리서 보니 하얀 쌀밥을 가족들과 먹고 있던 거죠. 비서관은 거짓말을 했다고 화를 내고 있는데, 여사님이 가까이 가서 보니 쌀밥이 아니라 아카시아 꽃에 물을 부어 먹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 글은 제게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Q.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은 신민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공연을 하면서 맡은 역할에 몰입하는 신민호 배우의 모습을 보며 믿음을 갖게 되었고 다른 배우 동료들을 아껴주며 응원해 주는 모습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소록도 주민들, 판자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 육영수 여사가 등장합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확실히 박정희 대통령이 나오는 씬과는 달리 감정의 진폭이 큰 편 입니다. 배우의 감정 연기도 돋보여서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연기하셨을 때 어땠나요?
소록도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조여옵니다. 그 당시 문둥병이라는 자체가 전염병이라고 생각해 모두가 무서워하고 이유 없이 비난을 받아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육영수 여사가 직접 찾아가서 아픔과 그 서러움을 안아주고 보듬어 주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든든하고 기뻤을까요. 제 마음에 평생 큰 감동의 울림으로 남을 것 같았고, 이러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보는 관객분들도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씬이나 넘버가 있을까요? 그 이유와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다 해내실 수 있어요. 제가 있잖아요 제가 지켜드리고 있어요”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마지막 곡을 부릅니다.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쓰러져 끌려가는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뒤로하고 연설을 이어가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 뒤엔 집안 반대의 어려움에도 얼마만큼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지,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남편 옆에서 여당의 야당이라 불릴 만큼 한 여자이자 아내이자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떤 마음으로 내조를 해왔는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문지방이 낮은 문에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남편에게 남자가 고개를 숙이면 큰일을 못한다며 문지방을 뜯어버렸던 육영수 여사의 마음인데 마지막 육영수 여사의 시신을 영구차에 태워 묻을 곳으로 보내 려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인 박정희 대통령의 살아생전 영상은 한 번 더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Q.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면 좋을 것 같나요.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뮤지컬 공연 실황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김효선 배우님의 앞으로의 계획 부탁드립니다.
액션스쿨에서 8년 가까이 연습을 하며 액션배우로 영화와 드라마 매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고, SNS 모델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려고 계속해서 도전 중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새로운 모습도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진= 매가박스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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