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짐 랫클리프 경이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랫클리프 경은 텐 하흐 감독이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리그에서 3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텐 하흐 감독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랫클리프 경은 맨유가 프리미어리그(PL)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한 자신이 맨유에 부임하기 전 맨유가 길을 잃은 것처럼 느낀 이유도 털어놨다"며 랫클리프 경의 발언을 전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8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PL이 정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이었던 1989-90시즌 이후 맨유가 리그에서 거둔 최악의 성적이었다. 득실차는 마이너스였고, 34년 만에 최다패(14패)를 기록하는 등 세부 기록 면에서도 맨유의 2023-24시즌은 최악으로 남았다.
성적 부진은 자연스럽게 텐 하흐 감독의 경질론으로 이어졌다. 2022년 여름 맨유에 부임한 텐 하흐 감독은 첫 시즌이었던 2022-23시즌 맨유를 이끌고 리그 3위를 달성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준비할 기간이 길었던 두 번째 시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자 맨유 팬들은 분노했다.
성적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텐 하흐 감독은 아약스 시절 짧은 패스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전략을 선호했는데, 정작 맨유에 부임한 이후에는 전술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성적도 내지 못하는 와중에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어 보이자 텐 하흐 감독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분노의 목소리를 잠재운 건 FA컵 우승이었다. 맨유는 시즌 막바지에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영국 내 최고 권위 대회에서 우승하자 텐 하흐 감독이 잔류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텐 하흐 감독이 FA컵에서 세계 최고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상대로 전술 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번 텐 하흐 감독에게 장기 플랜을 맡겨도 괜찮을 거라는 주장도 함께 던져졌다.
결국 맨유는 텐 하흐 감독과 2026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텐 하흐 감독이 시즌 내내 전문가들과 팬들의 비난과 비판에 시달렸던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였다.
이는 랫클리프 경의 결정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랫클리프 경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텐 하흐 감독은 좋은 사람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너무 과했다. 그는 팀을 정리하면서 지붕에 생긴 누수를 고치려고 노력했다"며 텐 하흐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랫클리프 경은 맨유라는 팀 자체가 퍼거슨 경이 떠난 이후 무너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짚으면서 텐 하흐 감독을 유임한 이유가 맨유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지난 10년, 11년 동안 맨유는 매년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어야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면서 "구단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최소 유럽 상위 8개 클럽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성적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