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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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 못한 '금13→8위', 한국스포츠 저력 떨쳤다…'활·총·칼' 맹활약+황선우-우상혁 아쉬움 [파리 올림픽 결산①]

기사입력 2024.08.12 05:47 / 기사수정 2024.08.12 05:47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금메달 5개 획득으로 종합 15위 이내 진입만 이루면 다행이라는 비관적인 예상은 엄살이 되고 말았다.

21개 종목 144명이 참가, 48년 만에 최소 인원으로 꾸린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루는 기적 같은 경기력으로 웃으며 돌아오게 됐다.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 안에 드는 저력을 발휘하며 파리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고 돌아왔다.

한국은 11일 근대5종 여자부에서 동메달을 따낸 성승은과 8위를 차지한 김선우 등 2명, 그리고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박혜정의 경기를 끝으로 18일간의 파리 올림픽 열전을 마쳤다.

한국은 지난달 25일 양궁 남여 랭킹라운드, 그리고 핸드볼 여자부 첫 경기 독일전을 시작으로 파리 올림픽 도전에 나섰다. 첫 단추부터 잘 꿰 여자 양궁 간판 임시현이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일궈내고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독일에 짜릿한 한 골 차 역전승을 만들어냈는데 그런 기운들이 전체 선수단에 잘 전달돼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획득으로 종합 8위라는, 아무도 예상 못한 쾌거로 연결됐다.

이번 대회 앞두고 한국 선수단의 예상치는 금메달 5개였다. 우선 대한체육회가 금메달 5개 획득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스포치 매거진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한국이 금메달 5개를 딸 것으로 예측했다.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13 은11 동8을 기록, 홈에서 열렸던 1988년 서울 대회 금12을 뛰어넘는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을 수확하고 종합 7위를 달성했다. 이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13 은9 동9을 획득, 두 대회 연속 금메달 13개를 찍었고 순위는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에 이은 5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금메달은 물론 전체적인 메달 수가 급감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금9 은3 동9를 기록하면서 종합 8위를 차지했다. 이 때 일본(금12 은8 동21)에 뒤졌으며 직전 대회인 2020 도쿄 올림픽 땐 금6 은4 동10을 따내면서 순위가 16위까지 내려갔다.

지난 10년간 엘리트 스포츠가 위축되고 일부 프로스포츠 종목을 제외하면 선수 층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따나면 체면을 세우는 것이라는 예상은 설득력이 있었다. SI 등에선 한국의 메달밭인 양궁 남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놓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전체적으론 양궁에서 3개 정도의 금메달을 따내며 남자 사브르 단체가 강한 펜싱, 안세영과 몇몇 복식 조가 강세인 배드민턴 정도에서 2~3개 금메달을 추가할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예상은 결국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 다음 날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에서 오상욱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금메달 거머쥔 것을 비롯해 다음 날인 28일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각각 맨 마지막에 남아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28일엔 양궁 여자 단체도 올림픽 10연패 신화를 일궈내는 등 한국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승승장구했다.

7월29일엔 여고생 사수 반효진이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3연패를 이룩했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개막하고 사흘간 전부 벌어들이는 경기력으로 한국 스포츠의 부활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따내 역대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뤄냈다. 그레이스 노트 등 일부 외신에서 한국이 금메달 9개 딸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금메달 13개, 총 메달 32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여서 깜짝 놀랄 만하다.



몇몇 전략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금메달, 총 메달 수도 불어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궁은 금메달 3개 전망을 넘어서 5개 싹쓸이를 일궈냈고 펜싱도 남자 사브르 개인, 단체를 모두 석권하며 역대 올림픽 처음으로 금메달 2개를 기록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던 사격이 어린 여성 사수들의 급성장으로 금메달 3개를 따낸 것은 한국 선수단 금의환향의 가장 큰 촉매가 됐다.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쥔 것, 도쿄 올림픽에서 역시 노골드 수모를 당해 종주국 자존심이 구겨졌던 태권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것은 금메달 10개를 돌파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체육계에선 현대차와 SK그룹이 각각 회장사를 맡아 공정 선발과 전폭적인 지원을 오랜 기간 지속한 양궁과 펜싱이 파리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사격 역시 올 초까지 회장사를 맡았던 한화그룹의 공로를 간과할 수 없다.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은·동메달 중에서도 값진 성과들이 있었다. 김우민은 개막 다음 날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1레인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동메달을 획득,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사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유도에서도 독립투사 후예인 여자 57kg급 허미미, 최중량급인 남자 100kg 이상급 김민종이 은메달을 따내면서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금메달까지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밝혔다.

'삐약이' 신유빈이 탁구 혼합복식과 여자단체전에서 동메달 2개를 거머쥐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현정화, 김택수 이후 32년 만에 한국 탁구 단일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복싱 여자 54kg급 임애지가 한국 여자복싱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역사를 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성승민이 근대5종에서 아시아 여자 선수론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간판으로 나섰으나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황선우와 우상혁은 많은 아쉬움 속에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지난 2월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황선우는 주종목인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결승 진출해 실패, 도쿄 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쓴 맛을 봤다. 2년 전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육상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도 자신의 최고 기록인 2m35에 못 미친 2m27로 7위에 머물러 눈물을 쏟았다.

구기 종목 중 유일한게 참가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첫 판에서 대어 독일을 잡고도 4연패를 기록, 8강에 오르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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