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삼성이 9:5의 스코어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삼성 강민호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두 차례나 도루 저지를 선보였다. 그것도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 중 한 명인 박해민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2회말 2사에서 볼넷을 얻은 박해민은 후속타자 김범석의 타석 때 도루를 시도하다가 태그 아웃됐다. 5회말 1사에서 안타를 친 뒤 2사 1루에서 다시 한 번 2루를 노렸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박해민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강민호는 2루를 가리키며 웃었다.
웃음과 손짓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을 복기한 강민호는 "첫 번째 도루 실패 이후 (박해민이) 타석에 들어왔을 때 '이제 못 뛰겠다'고 하던데, 또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돼서 그랬다"며 미소 지었다. 두 선수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4회초 무사 1,3루 삼성 강민호가 1타점 희생플라이를 때려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올해로 프로 21년 차에 접어든 강민호이지만, 포수로 630⅓이닝(10일 기준)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포수 중에서 박동원(LG·689이닝), 김형준(NC 다이노스·678이닝), 이지영(SSG 랜더스·648⅓이닝), 장성우(KT 위즈·634⅓이닝)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강민호는 "포수가 도루를 막지 못한다면 지명타자로 밀려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를 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은 베테랑 포수의 활약이 뿌듯하기만 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강민호와) 처음 만난 건 거의 신인 때였으니까 너무 오래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함께했던 건 떠오른다(웃음). 지금까지 포수로 뛴다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안방을 지키는 건 젊은 포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강민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날씨가 더울 때 야구장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경기에 계속 나가야 하는 만큼 체력을 두 번 쓰는 것보다 한 번 쓰는 게 낫기 때문에 경기할 때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삼성 강민호가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강민호의 체력 안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이 부분을 준비했다.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강민호뿐만 아니라 이병헌에게도 많은 기회를 줬다. 이병헌의 성장과 더불어 강민호의 체력 안배를 동시에 노린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계획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박 감독은 "시즌 초에 강민호에게 '지금 체력 안배를 해 줄 거니까 여름이 되면 네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수비나 타석에서 뭔가 무뎌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 체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데, 지금 강민호는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시즌 초반에 하지 못했던 도루 저지까지 하고 있고, 홈런도 더 많이 나오지 않나"라고 전했다.
남은 시즌도 마찬가지다. 강민호가 일주일에 여섯 경기를 선발 포수로 소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9일 경기에서도 강민호 대신 이병헌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주중에 경기를 치르고 이동했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강민호를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체력 안배가 필요하긴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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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