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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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낮은 건 트릭이었다?..."김유진한테 다 떨고 있었어요" [파리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09 10:15 / 기사수정 2024.08.09 10:15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이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랭킹이 메달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던 1위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던 2위도 24위 김유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김유진은 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태권도 57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이겼다.

한국 태권도는 지난 7일 박태준(20·경희대)이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가운데 이틀 연속 파리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김유진은 생애 처음으로 밟은 올림픽 무대를 정복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지옥길을 걷는 것처럼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랬겠지만 나는 정말 내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유진은 파리 올림픽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다. 세계랭킹이 높지 않았던 데다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점에서 메달권 진입을 쉽게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유진의 세계랭킹이 20위권에 머문 건 실력보다 부상 여파가 더 컸다. 2000년생인 김유진은 한국체육대학교 1학년 시절이던 2019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에서 57kg급 금메달을 따내며 이 체급 한국 여자 태권도 유망주로 우뚝 섰다. 2년 후 2021년 레바논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오르면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김유진의 성장세는 2022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1년 넘게 경기를 뛰지 못한 채 재활에만 매진했다. 대표팀에서도 김유진의 완전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무리한 실전 투입을 지양했다.

김유진이 파리 올림픽 전 세계랭킹 포인트를 쌓기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번 대회를 24위라는 낮은 순위로 참가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여자 57kg급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김유진을 경계하고 있었다.



태권도 대표팀에서 김유진을 전담하고 있는 손효봉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이 높았던 선수들은 김유진이 누구와 붙을지 떨면서 지켜봤을 것"이라며 "김유진은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우승 경력자다. 단지 부상 때문에 최근 2년간 국제 대회 출전이 적었기 때문에 랭킹이 낮았던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언론에서는 김유진의 세계랭킹이 낮은 부문에 주목했지만 솔직히 우리는 신경도 안 썼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충분히 김유진이 다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체력 훈련을 정말 죽을 만큼 시켰다. 김유진은 일상 생활에서도 모든 게 운동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모든 훈련을 다 소화했다"고 치켜세웠다.

손 코치는 다만 김유진이 파리 올림픽 직전 예상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자 서글픈 농담을 하면서 아쉬워했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본인이 깍두기인 것 같다고 했다"며 "다른 선수들은 기사도 길게 나오는데 유진이 자기는 짧게 나오니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서 내가 유진이에게 '일 한 번 내보자. 너는 무조건 할 수 있으니까 너 자신만 믿으면 된다'고 했다"며 금메달을 일궈낸 제자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나타넀다.

김유진 역시 이번 대회에서 격돌한 상대들의 화려한 세계랭킹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자신을 칭찬했다. 

김유진은 "랭킹이 높다고 꼭 잘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상대 선수의 랭킹은 신경도 안 썼다. 그냥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게 바로 잡았다"며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 메달을 따낸 저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후배들에게 용기가 되는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올림픽 별거 아니다. 너네도 할 수 있다!"라고 외치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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